'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1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담당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1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담당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처벌 통해 같은 피해자 없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조작 정황이 최근 검철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 유우성(39)씨가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을 저지른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검사들을 고소했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13일 불법감금, 가혹행위, 증거위조 등을 통해 간첩조작을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국정원법 위반)로 국정원 수사관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웅중앙지검에 냈다.

국정원에서 돈을 받고서 유씨를 북한에서 봤다고 허위 증언한 탈북자 1명과 수사 당시 공판을 공판 검사 2명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간첩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 제출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씨는 “처음 증거조작이 밝혀졌을 때 검찰에서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간첩이 조작되지 않는 제도를 만들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첩조작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었다”며 “가해자를 찾아내도 구실을 대고 빠져나갔는데, 더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그동안 검찰에 고소·고발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유씨는 앞서 한 차례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을 고소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담당 검사가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수사관에게 속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담당 검사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오른쪽)와 그의 변호인단이 1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담당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양승봉 변호사가 조작 증거자료를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오른쪽)와 그의 변호인단이 13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담당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양승봉 변호사가 조작 증거자료를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씨 측은 검사들인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가담한 대표적 사례로 ‘사진 위치정보 왜곡 건’을 꼽았다.

당시 담당 검사는 밀입북을 입증하기 위해 유씨 노트북에서 복구한 사진 4장을 유씨가 북한 회령집에서 찍은 것이라며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사진의 GPS 정보는 중국 옌지임이 드러났다.

담당 검사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GPS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위는 조사를 통해 ”검사와 국정원이 사진 위치정보를 파악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검사가 단순히 증거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닌 조작에 공모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은 제 시국 감싸기‘ 대신 전면적 재조사를 하고, 이 사건에 가담한 검사들을 일벌백계하는 조처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화교 출신인 유씨는 2004년 탈북했다.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 유가려씨를 거쳐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가려씨 진술을 바탕으로 유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대법원까지 간 끝에 국보법 위반 혐의 무죄가 확정됐다.

유가려씨는 재판 과정을 통해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 동안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조사받았고, 폭언·폭행 등 가혹해위를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앞선 8일 검찰 과거사위는 “수사·공판검사가 검사로서 인권보장 의무와 객관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국정원에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했고, 계속된 증거조작을 시도할 기회를 국정원에게 제공했다”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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