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2018.8.8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2018.8.8

법무부에 관련자 징계,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권고

[천지일보=이수정 인턴기자] 법무부의 단속 과정 중 추락해 숨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단속과정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직권조사 결과, 당시 단속반원들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적절한 안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 ▲인명사고 위험 예상 시 단속 중지 ▲단속과정 영상녹화 의무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딴저테이(25)씨는 지난해 8월 22일 경기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 단속을 나온 인천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들을 피해 공사현장 간이식당 창문 밖으로 달아나려다 8m 아래로 추락했다. 딴저테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같은해 9월 8일 결국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했다.

그는 2013년 취업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지만 지난해 상반기 비자가 만료돼 법무부의 단속 대상이 됐다.

법무부와 당시 단속을 한 출입국·외국인청은 인권위 조사에서 “피해자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며 이는 단속반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했다.

당시 단속반원들은 신원확인에 응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압적인 행위가 없었지만 딴저테이씨의 경우 단속반원의 제지를 뚫고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몸의 중심이 흐트러질 정도의 신체 접촉은 없었고, 추락 이후 119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결과, 피해자와 단속반원 간 신체적 접촉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단속반원들은 사건현장의 구조,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단속반원들에게 단속 업무 시 안전계획과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해태한 책임이 있다”면서 “사고 이후 119 신고 이외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단속을 진행한 것도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대처”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자 사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자 2명 징계 권고,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이사장에게 피해자 및 유가족 권리구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지적된 주거권자 동의 절차 위반, 긴급보호서 남용, 단속 중 과도한 강제력 사용, 단속 후 장시간의 수갑 사용 등 적법절차 위반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현행 단속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법원에 의한 통제 등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실질적 감독체계 마련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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