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이 11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통틀어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함께 기소될 전망이다. 이로써 8개월간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일단락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 2019.2.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이 11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통틀어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함께 기소될 전망이다. 이로써 8개월간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일단락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 2019.2.11

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서 밝혀

대법원 신년인사시 전해진 ‘인비’ 보고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인사권을 핵심으로 ‘제왕적 권한 키우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 시절 전국 각급 법원장들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진행한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전국 법원장들은 기초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당시 법원장들은 근무평정표 이외에 소속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비판하거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내용 등을 정리한 ‘인사관리 상황보고’를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작성했고, 이 문서는 매년 법원장들이 대법원장 신년 인사차 대법원에 방문할 때 ‘인비(人秘, 인사비밀)’이라고 적힌 봉투에 담아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서가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기초자료가 됐다는 조사 결과다.

이 문서에는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대법원 입장과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을 선고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법관들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래 ‘물의야기 법관’은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등 비위를 저지른 판사를 가리켜 사용하던 용어다.

다시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은 이 보고서와 언론‧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사안, 법원장들에게 보고 받은 인사관리 상황 등을 종합해 판사 블랙리스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이 블랙리스트를 ‘각급 법원 법관 참고사항’이라는 문건으로 다시 법원장들에게 전달했다.

법원장들은 이에 따라 부정적인 근무 평정을 유도하거나 형사재판 등 특정 업무에 부적절하다는 통지를 내리기도 했다. 한번 블랙리스트에 분류되면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해외연수 등 선발성 인사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진짜 물의를 일으킨 법관보다 대법원 정책에 반대한 법관이 더 가혹한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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