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신교 종립학교인 대광고와 종교인권, 자유를 놓고 법정 공방을 하소 있는 강의석 군이 대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내 법정 갈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대화와 소통’ 중요…
종교 화합 위해선 양보하는 자세 필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이 법정에 서는 일이 늘고 있다. 교회재산권이나 교권·돈·인권·성폭력(성추행) 등 헤아리지 못할 갖가지 사유로 종교인들이 사회 법정에 서고 있다.

종교인에게는 문제가 생기면 종교 내에서 해결하도록 각 종단마다 종교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 분쟁이 늘면서 종교 내에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경우가 생기다보니 사회법에 의해 잘잘못을 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종교 내 문제는 대부분 성직자와 연관이 되다보니 종단 내 중앙기관의 역할과 법을 주관하는 성직자의 자질이 엄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뿐 아니라 종단 내에서조차 성직자를 믿지 못하는 신뢰도 하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 같은 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정 다툼 증가… 해결점은?
개신교는 수많은 교단이 분열하고 난립하면서 종단 내 교권 문제나 교회재산권 문제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 내 종교인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2008년 창립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최근 연 세미나에서 개신교인의 법정 싸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종교인들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서울 송파구에 있는 A교회는 당회장권과 교회재산권을 둘러싸고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으며 수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최근 법원의 판결로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결국 교회는 둘로 나뉘고, 이 사태로 교회 이미지도 실추돼 신도들 상당수가 상처를 받았다.

법적으로는 원로목사 측이 승소했으나 개신교인 모두의 마음에 상처가 남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감리교 감독회장사태는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년이 지나도록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감리교 교권 갈등은 법정 소송만 30건에 이르며 지금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순복음 계열 교단 간 분쟁도 지난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2009년의 경우를 보면 한 해 동안 다룬 민사사건은 107만 40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교인끼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정준영 부장판사는 세미나에서 “법원은 종교인들 간 문제의 자체 조정과 중재에 힘쓰고 있으며 교회문제는 교회에서 해결하도록 법원 외 조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화해중재원이 지난 3년 동안 개신교 내 분쟁으로 상담해온 사건은 283건이 있지만 여기서 쌍방합의에 이르는 경우는 8건이고 중재판정을 이끌어 낸 것은 겨우 3건에 불과하다.

이외의 사건은 고스란히 사회법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불교정보전략연구실 김경호 연구실장은 사찰을 놓고 벌이는 이권·세력다툼 등의 종권분쟁은 결국 중앙권력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1963년 흥천사 사찰 점유권 다툼, 1969년 보현사 주지 쟁탈 시비, 1974년 중앙종회 집단난투극, 1988년 총무원장 중심제 종헌종법 개정, 회의도중 폭력사태 봉은사 주지 변밀운 직위해제, 1998년 총무원장 선거 대립 발생 등의 예를 들었다.

▲ 한국 개신교계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강제개종교육이 이루어지는 등 피해사례가 점차 늘어나자 피해자들이 강제개종교육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들어 법원의 중징계를 받은 성직자들의 범법행위가 언론에 기사화되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등 종교계의 사회적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다. 종교의식을 빙자해 신도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모 선교단체 대표 목사가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교단체 대표로서 영적·정신적 신뢰와 권위를 남용해 피해자를 철저하게 종교적으로 세뇌하고 범행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중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또 내연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스님에게도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일본에서 통일교 신자로 신앙하다 개신교 목사의 사주로 강제납치돼 12년 5개월간 감금 생활을 했던 고토 토로우 씨는 기자회견에서 “감옥같은 방안에서 날마다 매를 맞고 욕을 들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생지옥이었다.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납치·감금을 주도한 좌익계 변호사와 일부 개신교 목사 그리고 납치를 방조 묵인한 일본 정부를 인권적인 측면에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 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개신교계에서도 생명을 앗아가는 강제개종교육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점차 늘고 있어 인권단체와 정부, 종교계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종교문제 해결 실마리 소통
종교계에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화재중재원은 교회와 건축시행사 간 건축비 정산 문제를 성경적인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풀어나가 분쟁을 해소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불교계에서도 50년간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신촌 봉원사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하며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올 초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소통과 화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조정안에 대해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단 간 화합을 위한 큰 결단임을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에서도 교단 임원 선출 문제를 놓고 일부에서 세상법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교회법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교회 안에서 분쟁발생 시, 교회법을 따를 것인지 법원에 호소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비치며 교회 안에서의 문제를 세상 법정에서 판결해 달라는 요구는 가급적 자제할 것을 부탁했다.

▲ 감리교 감독회장선거로 인한 법정 싸움과 감리본부 행정 공백에 대해 감리교단 목회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종교분쟁은 종단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일리노이주 대법원의 결정을 기각하고 교회내부의 문제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종교기관은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하고 자신들의 교리를 확립하고 자체 논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경호 실장은 분쟁의 해법을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것으로 (성직자) 인적 자원의 자질문제를 극복하고 다음은 (중앙기관의)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사부대중(출가 남녀, 재가 남녀)의 평등한 종권 참여가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회장 정용상 교수는 “종교인들이 돈이나 교권 등 여러 문제로 법정에 나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각 종교마다 종교법이 있고 종단 중앙기관에서 종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종단 내 법 운영기관의 역할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정 교수는 “법적 문제는 대부분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절충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의 문제는 민감하기에 사회인이든 종교인이든 신뢰도가 높은 기관에서 대화를 유도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종단에서도 각 종단의 교리에서 기준한 종교법을 잘 지키고 판단하는 운영기관과 성직자의 높은 신뢰도에 따라 종교법에 의한 종교분쟁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종교인도 사회법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며 법에 따른 결과에 순응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종교인으로서 거듭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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