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기득권 종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의 권세를 지켰다면, 현대판 마녀사냥 즉 이단규정이 한국교회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은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9.2.11
중세시대 기득권 종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의 권세를 지켰다면, 현대판 마녀사냥 즉 이단규정이 한국교회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은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9.2.11

성역처럼 여겨졌던 종교계의 방어막이 무너졌다. 거룩하게만 여겨졌던 성직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상을 보다 못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간 성직자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위신을 세워줬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젠 반전이다.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의 권력화된 행태는 도마에 올랐고, 재정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음지에서 행해지던 성문제까지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는 지난해 사회 매체가 핫이슈로 다룬 주요 종교이슈들을 되짚어보고 부패한 기득권 종교계가 살기 위해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내 언론이 종교문제 대해서 다룰 때는 파급력이 큰 사건이 터졌을 경우다. 이 외에는 대부분 종교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를 뒷배경으로 하는 일부 언론은 단순히 혐오와 배타의 잣대로 ‘이단’ 낙인을 찍어가며 타종교를 터부시하는 기득권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 ‘이단’ 논쟁 극심한 한국교회

그 중심엔 개신교가 있다. 불교나 민족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행태인데 기득권을 쥔 교단들이 ‘이단’ 규정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읽히고 있다.

이들이 이단으로 낙인을 찍으면 한국 개신교 내에서는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더욱이 기득권 개신교계가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교단들이 나타나면 도매급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실제 문제가 있는 교단도 있지만, 사회에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단도 많다. 그럼에도 개신교계가 배타시하는 교단은 ‘퇴출해야 할 집단’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개신교 매체를 중심으로 안양대학교 매각 의혹설이 돌았다. 골자는 한국교회 주요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대순진리회 측 관계자가 신임 이사진에 포함돼 학교가 자칫 대순진리회 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안양대는 개신교를 바탕으로 한 종단이었기에 이 문제는 즉각 논란이 됐고, 예장 대신총회와 학교 구성원 등 관계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개신교 매체와 개신교를 배경으로 하는 일간지 등 대순진리회를 ‘이단’으로 표현하며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대순진리회는 민족종교의 한 계파다. 한국교회가 불교계 이단으로 규정했지만, 사실 불교계에서는 이단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 주류 교단인 예장 통합총회는 개신교 매체인 크리스천투데이를 ‘이단 옹호 언론’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배척하는 장재형 목사와 관련된 기사를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 타종교‧교단 ‘이단’ 만들고 개종사업

한국교회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일을 앞장서서 실행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소위 ‘이단상담’이라고 칭하는 이 사업은 타종교인을 개신교인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개종사업이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예장합동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이단상담소 소속 목회자로 구성된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올해 사업예산으로 9740만원을 요구하며 별도로 소송비와 행정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들은 세미나(8회 3200만원), 연구서적 발행 및 보급(3000만원), 연구비(1000만원), 광고비(840만원), 상담소운영 교육 및 지원(700만원)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도 연구위는 각 교회 예배당을 찾아다니며 세미나 6회를 진행하는 데 2530만원을 사용했다. 이단상담 명목으로 진행된 상담 건수만도 서울 28건, 영남 25건, 전남 38건 등이 이뤄졌다. 이단상담소협회 협약기준 상담비를 계산하면 가족들은 최소 4450만원을 이단상담가에게 지불한 셈이다. 이는 한 교단 사례로 전체 교단의 사례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교회의 비호 속에 이단상담소 활동은 올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단상담소 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이단전문상담소 홍보를 비롯해 이단전문사역자 배출, 이단예방세미나 개최 등 7가지 방향으로 이단 예방과 대처를 하겠다며 활동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예장 고신총회 이단대책위원회는 최근 각 노회별로 이단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같은 이단상담소의 활동은 그간 ‘강제개종’ ‘감금’ ‘납치’ 등 인권유린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를 삼거나 이 같은 행위를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

◆ “한국교회, 내부 문제 외면… 과잉 주체화”

이 같은 한국교회의 노력은 부패와 신뢰도 하락으로 쇠퇴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신학자 라은성‧이상규‧양희송이 저술한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에서 이들은 “먼저 개혁해야 할 교회 내부 문제는 외면하고 외부로부터 교회 정체성이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과잉 주체화에 빠진 한국 교회가 중세 말기의 가톨릭과 닮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건축에 매달리는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은 베드로 대성당 건축을 위해 면죄부를 팔았던 교황 레오 10세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종교적 헌신을 성공과 성장의 보증수표라고 선전하며, 하나님을 이용해서 공포를 파는 종교 사업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다. 그들을 보면 종교개혁자들의 모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질타를 가했다.

새로운 종교, 신종교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득권 종교로부터 배척을 당해 음지에 설 수밖에 없는 한국종교계 지형에 대해서도 종교학자들은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지난해 6월 한국신종교사전을 발간한 김도공‧윤승용 공동편찬위원장은 편찬사를 통해 한국 신종교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신종교에 대한 이해는 종교를 세계종교 패러다임으로만 인식함으로써 역사적 왜곡에 기인하는 배타적 의식이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고 진단했다.

◆ “기독교문화에 치인 신종교”

특히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초대 창립자인 윤승용 이사는 ‘한국 신종교의 종교사적 전개와 의미’ 제목의 논문에서 현 한국종교계에서 신종교의 입지가 축소된 이유와 관련해 “신종교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까지는 종교계를 주도하며 사회변혁과 문명개화의 사회적 과제를 잘 수행해왔지만 해방 이후 기독교문화에 치여 약화되거나 내부로 시선을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종교는 주로 7대 종단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에 담기엔 종단이 너무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외주를 맡겨 조사한 ‘2018년 한국종교현황’ 보고서에 명시된 국내 종교 교단은 927개다. 연구원은 7대 종단에 맞춰 각 교단들을 분류했지만 사실 이 분류에 담기에 애매한 종단도 많다.

더군다나 297개 교단은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지만 나머지 630곳은 이름 정도만 기록이 된 교단들이므로 그 분류가 정확하다고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1천개에 가까운 교단이 있음에도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진 교단은 극소수다. 한국사회가 다종교사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한국 종교 지형에서 기득권 종교계는 소수 타종교에 대해 사랑‧평화‧자비를 베풀 때 진정한 ‘이웃’ 종교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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