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9일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번 방북 결과를 청취하고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포함한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제공: 외교부) 2019.2.11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9일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번 방북 결과를 청취하고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포함한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제공: 외교부) 2019.2.11

이후 영변 외 시설 핵신고-완전한 핵 폐기 수순 밟을 듯

北, 제재완화 원해… 美,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 카드 준비

전문가 “北, 영변 핵폐기 넘어 ‘포괄적 신고’ 등 공약해야”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과 미국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2차 정상회담의 합의문 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전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포괄적 신고 조치나 이에 버금가는 조치가 합의문에 담기느냐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8일 평양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러한 내용의 북미 2차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국과 협의 아래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크게 ‘영변 핵시설 폐기-영변 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핵 신고-완전한 핵 폐기’ 등의 단계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첫 번째 단계로는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와 이에 대한 ‘검증’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대표는 북미 후속협상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이러한 기본 바탕 아래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을 최종 문구를 확정하기 위한 막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에 대한 대가로 제재완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완화는 완전한 북핵 폐기 수준에 이르러서야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고 대신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소, 종전선언, 인도적 대북지원 확대 등 체재보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가 6일 북한 방문길에 올라 평양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오른쪽)와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출처: 연합뉴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가 6일 북한 방문길에 올라 평양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오른쪽)와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로 지난 70여년간 양측의 신뢰도 무너진 터라 미국 의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롬니 의원은 “북한은 그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수년간 증명해 왔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보고 싶지만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도 “북한은 핵시설 등에 대한 리스트를 제공한 적이 없다. 북한과 핵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영변 핵 시설의 폐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핵 리스트에 대한 제공 등 전향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지난해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북미정상회담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뿐 아니라 ‘포괄적 신고 조치의 약속’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문제가 중요하지만 단순히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 연결해주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적어도 ‘포괄적 신고 조치’를 공약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영변 핵시설만 폐기할 경우 그 작업만 10년이 걸린다”며 “자칫하면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북한의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등 중간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비건 특별대표도 최근 방북하기 전인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북한은 비핵화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범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포괄적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연구위원은 “포괄적 신고 조치가 어렵다면 핵탄두나 ICBM의 몇 개라도 분해·반출하는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영변 핵시설의 폐기 검증 작업이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조 위원은 “원칙적으로 비핵화 끝나기 전 까지는 제재해제가 없다고 했지만, 당장은 제재완화를 하지 않더라도 비핵화 단계마다 상응조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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