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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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내가 보는 반쯤은 맞았고 반은 완전히 틀렸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드라마에 나온 대사였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는 것과 덧붙여 영원히 못 찾을 것 같았던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공간의 추억이다. 그런데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는 것에 더 충격을 주었던 초현실 공간에 대해서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 준 가상의 공간 시나리오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가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야기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다른 세상에 온 느낌으로 그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그들과 분리된 느낌으로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공간을 차지 한 것처럼 말이다. 상대방에게 말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공간 속에 싸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 세상에서 서로를 본다. 

현실이나 가상의 공간이나 마찬가지로 마음을 비우거나 바뀌면 마치 딴 일을 한 것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다른 공간에 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항상 ‘정신 차려라! 깨어 있어라!’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우리는 매일 같이 집으로 들어가고 아침에 집에서 나온다. 

집으로 들어가면 매번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잔다. 누가 시키지도 않고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도 항상 그곳에 나의 공간이 있고 잠자리가 된다. 

심지어 방은 꿈을 꾸면 또 다른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그인 장치가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그 공간의 분위기에 빠져드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다시 빠져나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

어쩌면 공간은 내가 머무는 곳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장소가 아닌지요? 자신의 존재감이 있는 장소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것은 자존감을 살리기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존감을 살리는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건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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