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푸어락사타트당 관계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총리 후보에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제출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국왕 칙령이 나오자 우본랏 공주는 9일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복을 선언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8일 푸어락사타트당 관계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총리 후보에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제출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국왕 칙령이 나오자 우본랏 공주는 9일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복을 선언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국왕 누나의 총리 후보 출마라는 태국 초유의 정치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하루 만에 끝났다.

태국 정계를 뜨겁게 달군 이번 ‘해프닝’은 3.24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인 푸어락사타트당 관계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총리 후보에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의 이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태국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현실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오랜 왕실의 전통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 왕실 직계 구성원이 선거에 참여하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군부 정권과 가까운 국민개혁당이 반격에 나섰다. 국민개혁당은 “우본랏 공주 지명은 정당이 왕가를 선거운동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관위에 총리 후보 지명 무효화 결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이에 우본랏 공주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타이락사차트당의 후보가 되기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진 평민”이라고 바로 반박했다.

그러나 총리 출마 소식이 알려진 지 13시간여 만인 이날 밤 상황이 급변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와치랄롱꼰 국왕은 국영 방송을 통해 낭독된 왕실 칙령에서 “우본랏 공주가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본랏 공주는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1남3녀 중 맏딸로 1972년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이혼하고 2001년 태국으로 귀국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국왕은 그러면서 “왕실 가족 구성원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왕실 전통 및 국가적 규범과 문화에 반하는 것이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왕 칙령이 나오자 우본랏 공주는 9일 새벽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실상 ‘승복’을 선언했다. 그는 “어제 태국 국민이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하고 싶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본랏 공주의 총리 후보 철회 선언 이후 국민개혁당은 우본랏 공주를 총리후보로 지명한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총선은 군부 정권과 탁신 전 총리 계열의 대결구도로, 국민개혁당은 군부 정권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에서 총리후보로 출마해 집권을 연장하려는 시나리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같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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