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유족·동료 300여명 마지막 가는 길 배웅

이국종 센터장 “닥터헬기에 윤한덕 새길 것”

의료원 병원 한바퀴 돌고 경기도 장지로 이동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떨어진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무시하고 오히려 사지로 뛰어들어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 다시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께 경외감을 느껴왔습니다. 센터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의감과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선생님은) 자신을 스스로 태워 산화시켰습니다.”

설 연휴임에도 ‘한명의 환자라도 더 돌봐야겠다’며 자리를 지켰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치러졌다. 윤 센터장의 유족과 함께 일했던 동료·직원, 의료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평소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힘썼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추도사를 했다. 이 센터장은 추도사에서 “‘아틀라스(Atlas)’는 지구 서구에 맨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며 “해부학에서 아틀라스는 경추 제1번 골격으로 두개골과 중추신경을 떠받쳐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세상 사람들은 아틀라스 존재를 모르지만 아틀라스는 무심하게 버틴다. 선생님은 바로 그 아틀라스다”고 비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아틀라스는 로마 신화 속에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형제이며 한때 헤라클레스를 대신해 지구를 떠받쳤던 신이다.

그는 앞으로 도입될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 기체 표면에 윤 센터장 이름과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수는 “1번 경추인 아틀라스는 홀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어 2번 경추인 엑시스로 완성된 기능을 해나간다”며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닥터헬기가) 싣고 갈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 창공에서 뵙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 회장,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 등이 추도사를 맡았다.

윤 센터장과 함께한 일했던 윤순영 실장은 “센터장님, 사진 찍히는 것 싫어하시더니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하셨다. 툴툴거리실 말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며 “당신이 돌아가신 명절 연휴가 우리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고, 연휴가 끝나면 센터장이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하자 직원들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윤 실장은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이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백, 몇천명의 국민이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센터장님의 말씀과 웃음이 그립다”며 “내일부터의 일상에 센터장의 부재가 확연해질 것이 두렵다. 당신을 직장상사이자 동료로 둬서 행복했고 자랑스럽다. 당신은 우리 마음속 영원한 센터장”이라고 회고했다.

제일 처음 추도사를 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60년 된 낡은 건물 4평 남짓한 사무실 안에서의 당신의 싸움을 우리는 미처 잡아주지 못해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이제는 답답하고 힘들었던 마음 내려놓고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봐 달라. 우리가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남긴 숙제를 묵묵히 이어가 보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윤 센터장의 아들 윤형찬군도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했다. 윤군은 담담한 어조로 “성장하며 함께 한 시간은 적었지만 저와 동생은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고민에 늘 경청하고 우리 세대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함께 슬퍼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아버지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2.10

 

추도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이후 유족들은 윤 센터장의 영정을 들고 고인이 생전에 일했던 의료원 병원 행정동을 한 바퀴 돌고 경기도 포천의 장지로 이동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에도 사무실을 나서지 못했던 윤 센터장은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병원을 떠났다. 평생을 응급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바친 윤한덕 센터장의 나이는 젊디젊은 51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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