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3회 정기 수요집회’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19.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3회 정기 수요집회’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19.2.6

“日, 적극 반론제기 방침”

국제 여론전 강화될 조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외신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일대기를 조명하고 추모하는 보도를 낸 가운데 일본이 거짓 주장을 담은 반론을 외신에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은 왜 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외신, 인권운동가로 추모

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일간 더타임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주요 언론은 지난달 28일 별세한 김 할머니의 일대기를 조명했다. BBC는 지난 3일 ‘김복동, 한국의 위안부’라는 제목의 부고 기사를 통해 만 14세부터 93세로 별세하기까지 김 할머니의 삶을 자세히 다뤘다.

BBC는 1940년 김 할머니가 공장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고, 이후 중국·싱가포르 등으로 끌려다니며 ‘성노예(sex slave)’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또 김 할머니의 진술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처참한 실상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30일자 보도를 통해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

뉴욕타임즈는 “할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캠페인 운동은 자신과 같은 수많은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가져왔다”며 김 할머니를 거침없는 불굴의 활동가로 추모하면서 병상에서도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국제 여론전 펼치는 일본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성실히 사죄해왔고, 피해자들도 지원금을 받았으며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는 거짓 주장을 담은 반론을 뉴욕타임즈에 보냈다.

일본 정부가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써서 뉴욕타임즈에 보낸 반박문은 지난 7일 인터넷판에 실렸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주장했다.

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 해결이 끝났다”며 “일본 정부는 이미 전 위안부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가 화해·치유재단의 지원을 전 위안부가 한결같이 거절한 것처럼 썼지만, 생존 위안부 피해자 47명 중 34명이 지원금을 받으며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강조했다.

외무성 관계자가 (‘전쟁 성노예’에 대한) 일본의 속죄와 치유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는 내용의 뉴욕타임즈 보도. (출처: 뉴욕타임즈)
외무성 관계자가 (‘전쟁 성노예’에 대한) 일본의 속죄와 치유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는 내용의 뉴욕타임즈 보도. (출처: 뉴욕타임즈)

◆일본, 위기의식 작용한 듯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반론은 지난달 우리 정부의 재단 허가 취소에 반발하며 내놓은 기존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이는 국제사회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정부가 영향력이 큰 유력 외신매체를 통해 반박하며 사태를 풀어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 전쟁의 무대가 미국 언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외무성이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한 반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9일 스가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유엔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착실한 실행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선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해 한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 설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국제 여론전이 한층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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