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영하의 추위 속에서 3000여명 참석

오후 5시 30분께 남양주서 하관식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차가운 냉동고에 너를 놔둬 엄마가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서 많은 사람들 너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영결식이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된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숨진 지 62일 만이다.

김씨는 “억울함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고 이에 따른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회의 부당함이 바로잡힐 것이고 수많은 비정규직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그는 “아들 용균아 오늘은 너를 보내는 날이다. 너 없이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는 거니. 엄마는 어떻게 살지를 모르겠다”며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 갈 때 엄마가 두 팔 벌려 너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줄게. 언제까지나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씨의 힘겨운 인사에 참석자들은 같이 눈물을 흘렸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헌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영하 8.6도까지 떨어진 추위에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 노동·시민사회 인사 등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세월호․용산참사 유족과 고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씨 등이 함께해 유족을 위로했다. 고인과 함께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검은 머리띠를 하고 자리를 지켰다.

유족과 장례위원회는 서울 중구 흥국생명 남대문 남대문지점 앞에서 노제에 참석한 뒤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이후 곧바로 장례위원장인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영정을 안치하고 촛불을 점화하며 영결식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김용균 동지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9

 

영결식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 등의 조사와 유가족 인사, 진혼무, 조가 등으로 진행됐다.

김명환 위원장은 조사에서 “누군가의 희생과 목숨을 담보로 작동하는 이 사회를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겠다”며 “평등하지 못한 세상 때문에 아들을 먼저 보내야 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생기지 않도록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고는 되풀이될 수 있다”며 “죽음과 위협을 비정규직에 넘기지 않는, 일한 만큼 대접받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나아가겠다. 등불이 돼 준 김용균 님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천지일보 2019.2.9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천지일보 2019.2.9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지회장도 “고인이 된 용균이가 바라던 소망은 이 자리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할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이 끝난 후 운구차는 경기 고양 덕양구 벽제서울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오후 2시 30분께 이곳에서 화장을 마친 뒤 오후 5시 30분께 고인의 유해가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하관식으로 장례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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