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꽉 차고 짭조름한 맛과 향이 더 강한 진도 강계마을의 2년산 석화.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살이 꽉 차고 짭조름한 맛과 향이 더 강한 진도 강계마을의 2년산 석화.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310 어가 연 80억원 생산소득

갯벌 석화보다 성장 속도 빨라

바닷물 머금어 싱싱함 오래가

칼슘, 철분 등 조혈 성분 풍부

[천지일보 진도=전대웅 기자] ‘석화(石花)’는 바닷가 바위 사이에서 핀 아름다운 꽃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불리는 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목하게 파인 껍데기 안에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간직한 굴은 2월말까지가 제철이다. 굴은 전어지, 자산어보 등에는 형태에 관한 기록도 남아있고 조선 시대 단종 때 공물용으로 양식했다고 기록될 만큼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굴이라고 하면 통영이나 여수, 보령을 먼저 떠올리지만, 진도의 강계마을에서 먹는 굴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명품이다. 진도에선 임회면 강계마을을 비롯한 의신면 금갑·도명마을 등 310 어가에서 연간 560t 생산해 80억원의 생산소득을 올리고 있다.

◆진도의 명품, 강계마을 석화

강계마을은 서쪽과 북쪽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동쪽과 동남쪽으로는 바다와 접해있다.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 냉수대가 잘 발달하고 지난 2002년에는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따라서 오염되지 않아 굴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강계마을은 자연산보다 양식을 주로 한다. 양식은 굴 종자가 붙은 종패를 줄로 연결해 바다에 담가 놓는다. 바닷물에 계속 잠겨 있다 보니 미생물인 플랑크톤과 유기물들을 먹을 시간이 많아 갯벌의 석화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굴은 다른 곳보다 살이 탱탱하고 바다 향기가 강하다.

강계마을에서 굴 식당을 운영하는 한은지(35, 여)씨는 “수심 깊이와 조류 세기에 따라 맛이 다르다”며 “아무래도 이 지역은 물살이 강한 곳이라 험한 자연환경을 견디면서 자란 굴이니 더 탱탱하고 맛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선 기계를 돌려 굴 까는 작업을 하지만 여기선 도구를 이용해 손으로 작업한다”며 “굴이 바닷물을 머금고 있는 상태니 싱싱함이 더 오래가고 맛이 좋은 거 같다”고 평가했다.

솥에 넣어 요리한 굴찜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솥에 넣어 요리한 굴찜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진도 대표 먹거리 ‘석화구이’

굴은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굴찜, 굴구이, 굴라면, 굴전, 굴 떡국, 굴밥 등 색다른 굴요리가 많다. 이 중에서도 진도는 신선한 석화를 구워 먹는 석화구이가 유명하다. 진도 석화구이는 추운 날씨에 옹기종기 모여 장작불에 구워 먹던 향토 음식이다. 대부분은 석화를 씻을 때 소금물로 씻는다. 그러나 진도에서는 깨끗한 바닷물로 씻어 맛과 향이 특별하다. 진도 석화구이는 먼저 바다에서 채취한 신선한 석화를 손으로 일일이 하나씩 떼어내어 세척과 손질을 한다. 구이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팬에 굵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손질한 석화를 올려 익혀 먹는 것과 불 위에 석쇠를 얹어 그 위에 석화를 올려 구워먹는 방법이 있다. 한씨는 “석화는 수분이 70% 이상 차지한다”며 “살짝 익혀 먹는 게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비법을 전했다. 석화를 활용한 요리 중 별미는 ‘석화 물회’다. 진도군 홍보담당 관계자는 “생굴에 파, 고추, 깨, 집에서 담은 막걸리 식초 등을 넣고 버무려 먹으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 술술 넘어간다”고 맛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도군 강계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온순씨가 석화 손질을 하고 있다.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진도군 강계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온순씨가 석화 손질을 하고 있다. (제공:진도군) ⓒ천지일보 2019.2.8

◆영양식 석화 ‘바다에서 나는 우유’

석화는 알이 굵고 테두리의 검은색이 선명하고 우유처럼 흰 것이 좋다. 굴의 모양이 통통하고 배를 누르면 탄력이 있는 게 신선한 굴이다. 30여년 석화를 채취해온 서온순(57, 여)씨는 “진도 굴은 다른 지역보다 관자 부위가 크고 날개 부위는 까맣다”며 “식당을 찾은 손님은 씹히는 맛과 향이 진해 계속 찾는다”고 말했다.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릴 만큼 영양이 뛰어난 먹거리다. 굴에는 칼슘, 철분 등 조혈 성분이 풍부해 어린이 발육과 허약 체질에 좋고 비만을 억제한다. 특히 글리코겐, 비타민류가 많고 소고기에 준하는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돼 심장병, 고혈압, 변비, 당뇨병 등을 예방·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어린이와 노약자의 보양제로 이용했다. 또 월경 후 여성이 섭취하면 빈혈을 예방할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굴은 바다 어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미(香味)가 있고 보익(補益, 보태고 늘여 도움이 됨)하며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적혀 있다. 서양인은 굴을 정력제로 여겨 ‘굴을 먹어라, 보다 오래 사랑하리라’라고 했으며 줄리어스 시저, 나폴레옹 등 정력적인 남자들이 굴을 즐겨먹었다고 전해진다. 굴은 몸에 좋은 다양한 영양분을 갖고 있지만 차가운 성질의 음식이다. 또 굴의 산란기인 5월부터 8월까지는 독성이 있어 이때 먹으면 복통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진도 강계마을의 석화는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을 때다. 가족과 함께 추운 겨울 석화구이를 호호 불어가며 먹고 건강도 챙겨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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