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6시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근무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6시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근무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19.2.8

생애 마지막 날도 병원 떠나지 않고 ‘순직’

침통한 빈소 끝없는 추모… 뒤늦은 후회·관심

“진작 개선됐더라면 안타까운 일 없었을 것”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너무나도 안타까운 죽음에 곡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는 비보가 믿기지 않는 듯 침통한 분위기와 슬픔만이 가득했다.

낡은 1인용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응급환자를 돌보기 위해 평생을 바친 고 윤한덕 센터장의 빈소 복도는 보건복지부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응급의학과 등 의료계에서 보낸 근조 화환으로 가득 찼다. 열악한 환경에서 응급 의료를 위해 헌신해온 윤 센터장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객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낙연 총리는 “고 윤한덕 센터장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응급의료체계를 보완하고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이미 그런 목표가 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던 게 몹시 뼈아프다. 고인의 생애에 걸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6시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근무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6시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근무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천지일보 2019.2.8

윤 센터장의 조카인 윤영훈(가명, 18, 전라도 광주시 화정동)군은 “큰아버지가 일이 많으셔서 자주 뵙지 못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슬프다. 과묵하신 편이었지만 묵묵히 늘 일을 열심히 하신 분이셨다”며 “평소 매체와 언론이 큰아버지에 대해 크게 관심 없다가 세상을 뜨신 후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게 좀 아쉽다. 진작 의료계의 근무 환경이나 응급의료·중증외상센터 체계를 개선했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외에도 많은 관계자와 일반인이 조문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파란 목도리를 한 여성 조문객이 빈소 입구에서 입을 가렸다.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아보려 애썼으나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조화 쪽으로 등을 돌려 몇 분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윤 센터장과 선후배 관계인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윤 센터장님과 소주 한잔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2주 전에 업무와 관련해 전화한 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몸 좀 아끼고 쉬어가면서 일하셨으면 좋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센터장님의 일을 덜어주기보다는 ‘그래 저분은 열심히 하시니까’ ‘저분 아니면 누가 해’라는 식의 태도로 구경만 했다는 게 죄송스럽다”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평소 존경하는 선배로서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 오시던 분이었다. 센터장님처럼 본인의 근무 시간이 아니어도 근무여건 따지지 않고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는 분들이 있다”며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환자를 위해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고가 나서 처우개선을 하기 보다는 정치권분들이 합리적인 의료 체제를 정착해 이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 센터장 아들의 친구인 김덕수(가명, 17,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군은 “열심히 일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진분들도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 의료인들이 무리하지 않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인 7일 문재인 대통령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센터장의 순직을 추모한다.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며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윤 센터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숭고한 정신 잊지 않을 것”이라며 추모 글을 올렸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굳은 표정을 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를 조문했다. ⓒ천지일보 2019.2.8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굳은 표정을 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를 조문했다. ⓒ천지일보 2019.2.8

◆열악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시급’

윤한덕 센터장은 설 연휴인 4일 ‘한명의 환자라도 더 보겠다’며 병원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나이는 너무나도 젊은 51세다.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전남대병원에 신설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를 거친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이란 지진과 동남아 쓰나미 등 재난재해 현장의 의료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느낀점을 소방방재청과 함께 응급조사 업무지침을 수립하는 등 국내 응급 의료 체계 구축에 헌신했다.

2012년 센터장이 된 그는 2011년 시범 운항한 닥터헬기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활용했으며, 전국 17개 응급의료지원센터를 총괄·감시·지원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죽하면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에서 윤 센터장에 대해 ‘대한민국 응급 의료 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출세에는 무심한 채 응급 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온몸을 던져온 윤 센터장이 이처럼 유명을 달리한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결과로 판명되겠지만 1차 검안에서 ‘급성 심정지’라는 소견이 나왔고, 현재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준법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이는 회원국 평균(연간 1인당 7.4회)의 2.3배(연간 1인당 17회)에 해당한다. 대다수 병원 의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시간이 아닌, 사실상의 휴식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처해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다.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진료가 나올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