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를 통해 본 ‘애국정신’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 식민지 시대는 나라에 핏기가 돌고 피 냄새가 가득했으며, 탄식하는 울음소리와 외침이 끊이지 않았던 고통의 시기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것이 못되는 만행을 저지른 일제의 탄압 속에도 나라의 자주 독립을 위해 기꺼이 귀한 목숨 내던진 독립투사들이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일제는 한국을 침략하면서 감옥부터 지었다. 초기에는 의병학살에서 보이듯 현장에서 참혹하게 학살했으나 그러한 만행이 오히려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북돋는 겪이 되자 형식적인 재판제도를 만들고 감옥을 증설했다. 일본 순사들은 일제에 항거한 민족 운동가들을 붙잡아 감옥에 가둔 후 수십 년 징역에 처하고 모진 고문과 악행을 일삼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대문형무소다.

<백범일지>에 보면 “경성(당시 서대문형무소)에 이미 배치한 감옥ㆍ구치소ㆍ경찰서ㆍ구류소에는 미처 수용할 수 없어 집물창고와 사무실까지 구금소로 사용하면서 임시로 창고 안에 벌집과 같은 감방을 만들었다. 나도 그곳에 옮겨 수감됐는데 한 방에 두 명 이상은 가두어 두기가 불가능 했다”고 적혀있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 간수들은 사람으로서 행할 것이 못되는 갖가지 고문도 일삼았다.
 

▲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립정신 하나로 무장한 민족투사들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1920년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으로 알려진 글이다. 유 열사는 서대문형무소 여성감옥 지하 독방에서 모진 고문을 받다 죽음에 이르렀으나, 일제의 만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시신까지 토막 내 불굴의 자주 독립 혼까지 짓밟고자 혈안 돼 있었다.

김구 선생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 석방된 후 수감 시절과 의병운동 등 독립활동을 <백범일지>에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백범일지>에는 당시 일본 간수들의 만행이 상세히 적혀있다. 입에 올리기조차 고통스러운 고문들과 치욕ㆍ탄압은 오히려 깊은 나라 사랑과 자주 독립을 외치게 만들었다.

독립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홀로 서는 것을 말한다. 독립에는 반드시 자유가 뒤따른다. 민족지도자들은 자주 독립을 외치는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는 역할을 했으며, 자유를 소망했기 때문에 독립정신을 놓지 않고 항일 투쟁한 것이다.

신념이 강한 사람은 물러설 이유가 없다. 그만큼 간절하고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지도자들의 정신은 바로 굳은 신념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 정신은 오직 자주 독립 국가를 위해 절대 흐트러짐 없는 신념으로 무장한 민족지도자들의 전부였다. 강하고 굳은 신념은 오직 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민족지도자 백범, 애국심민(愛國心民) 사상

김구 선생은 서대문형무소 수옥 시절 호를 ‘백범’으로 바꾸었다. 백성과 함께한다는 뜻으로 형무소 내의 서적실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을 비롯해 한국인의 애국심을 더욱 불태우고자 지은 것이다.

백(白)자는 백정(白丁)에서 따온 것이고 범(凡)은 범부(凡夫)에서 빌린 것으로, 스스로를 ‘가장 낮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백범이란 호는 비천한 사람까지 모두 글을 배워 애국심을 갖는 사람이 되자는 김구 선생의 포부였다.

백범은 확신에 찬 자주독립정신을 민중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고, 이는 항일운동 민족지도자로서 군중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그는 국민이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면 반드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했고, 자주독립정신 결집을 위해 앞장섰다.

 

▲ 왼쪽부터 백범김구기념관 중앙홀에 있는 백범 좌상, 독립문, 3.1운동 기념탑 ⓒ천지일보(뉴스천지)

백범의 이러한 나라사랑 정신은 그의 저서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글을 통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일제가 아무리 해도 꺾을 수 없는 그것은 바로 한국인의 정신이었다.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굳은 애국정신, 순국선열들로부터 깨달은 애국정신, 결코 물러섬이 없는 강인한 신념의 자주독립정신은 옥중에서 모진 고초를 당한, 이름도 외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수많은 민중들과 독립 운동가들의 희망이자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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