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에 대한 열정은 남한과 북한 모두가 뜨겁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남한 ‘기원’… 북한 ‘은별바둑’ 컴퓨터게임 출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바둑에 대한 남북한의 열정만큼은 가를 수 없다. 특히 북한은 바둑을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 수출할 정도로 바둑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 2008년 사상 최초로 두뇌스포츠 올림픽인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WMSG)’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체스 바둑 브리지 체커 중국장기로 이뤄진 가운데 바둑경기에 참여한 북한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한·중·일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WMSG에서 이를 뒤엎은 셈이다.

기원전 2300년에 요임금이 만든 바둑은 한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 북한은 바둑을 ‘부유층의 오락’이라며 금기시했으나 90년대 이후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민속놀이로 어린이의 지능을 높이고 노인의 노쇠현상을 없애주는 두뇌 스포츠’로 선전하면서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한국은 90년대 바둑을 둘 수 있는 기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바둑 붐’이 일어났다. 대한바둑협회에 따르면 이때만 하더라도 바둑인 1000만 시대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수가 부쩍 줄어 현재 바둑인은 700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바둑의 바람은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 최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3개의 메달을 두고 선수들이 대국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국기원을 중심으로 ‘한국기원의 바둑세계화사업’을 유럽 및 미주에서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1억 2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전문기사 해외파견 및 해외현지 바둑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기원 영문홈페이지 개설’ ‘바둑백서발간’ 등 바둑 보급화에 힘쓰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기원이 제1회 WMSG에 자체 예산을 투입하면서 바둑부문 준우승, 종합 3위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또한 한국기원은 국내 바둑이 걸어온 길을 정립하기 위해 ‘월간바둑’을 비롯한 다양한 서적을 펴내 바둑 팬들에게 공개하고 프로기사들의 각종 기록을 전산화할 계획이라고 지난 9월에 밝힌 바 있다. 바둑백서는 현재 한국기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바둑을 ‘두뇌격술’ ‘두뇌무술’로 태권도와 씨름과 같이 무도의 범주로 분류한다. 원래 조선체육협회가 바둑을 관할했으나 90년대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훈련 환경이 양호한 조선무도연맹에 편입돼 민족체육으로 분류, 태권도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조대원(22) 아마7단, 문영삼(33) 아마7단 등이 북한에서 제일가는 기사다.

북한에서 바둑을 두는 인구는 1994년에 1만여 명, 현재는 3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은 어린이들이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집중력 관찰력 기억력 상상력 사고력 구조적 결합능력 등 지적발달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치원에서는 체계적인 바둑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어린이바둑기술혁신경기, 어린이 바둑경기대회, 어린이바둑 최강자선발경기 등 바둑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바둑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올해 세계대회에서 3연패한 바둑 프로그램 ‘은별바둑 2010’을 선보였다. 북한은 컴퓨터 바둑에서는 세계 최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업종합대 등으로 구성된 대학컴퓨터연구단에서 컴퓨터 바둑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1995년 은별컴퓨터기술무역센터(現 조선컴퓨터센터)가 바둑·체스·장기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다.

북한 조선컴퓨터센터(KCC)가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 ‘은별’은 일본이 주최한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1998년과 1999년 잇달아 우승했으며 일본기원에서 3급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수입돼 시판 중이다.

이렇게 한국과 북한에서 부는 바둑 열풍에 대해 대한바둑협회 소속 서민성 씨는 “동양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라며 “체스는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지만 바둑은 아직 컴퓨터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돌을 둘 수 있는 변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은별바둑 2010’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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