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킹덤’ 배두나, 그녀의 첫 사극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인터뷰] ‘킹덤’ 배두나, 그녀의 첫 사극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제 모습은 제가 봐도 웃겼다. 찍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보니까 웃기더라. ‘관객들이 얼마나 낯설어할까’. 그걸 짊어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안전하게 안 갈 것이냐. 결국은 더 오래 연기하려면 내 자신이 강해져야 하기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 배두나가 세련된 의상을 벗어 던지고 의녀복을 입었다. 데뷔 20년 만에 도전한 첫 사극 ‘킹덤’에서 의녀 서비 역할로 분했다.

올해로 데뷔 21년 차에 접어든 배두나에게 ‘킹덤’은 도전 그 자체였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싸인’ ‘시그널’ 등을 쓴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협업했다.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이 주연을 맡았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킹덤’ 주연 배두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킹덤’이 전 세계에 공개됐는데, 소감이 어떤지.

“화제성도 있고 공들인 만큼 잘 나온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해외 친구들이나 외신 반응이 예상보다 잘 돼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되는 거라 기대가 있었다.”

-해외 친구들의 반응이 어땠나.

“오늘 아침에도 이탈리아에 사는 친구가 잘 되고 있다고 연락이 왔더라. 그 친구가 영화에 대해 쓰는 블로그가 있는데, ‘킹덤’에 대해 쓰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굉장히 고무적인 반응이라 생각한다. 제 인스타그램만 봐도 제가 홍보를 하기 위해 사진을 올리면 이미 사람들이 다 봤다. 넷플릭스는 해외에서 일상화된 플랫폼이라 작품이 나오면 즉각 보더라. 그런 피드백은 빨랐던 것 같다.”

-사극이고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인데, 외국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문자로 대화하다보니 자세히는 얘기를 못 들었다. 일본인 친구도 너무 잘 봤다고. 시즌2 언제 나오냐고 빨리 대답하라고 하더라. 아마 제 생각에는 지금의 반응을 봤을 때는 낯선 것보다 아름다운, 한국의 미가 낯설면서 아름답기 때문에 그들은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제가 인터넷에서 본 반응 중 가장 재밌었던 건 모자가 너무 아름답다는 얘기. 갓에 대해.(웃음) ‘코리안 트레디셔널 해트 짱이다’ 이러면서. 좀비가 빨라서 무섭다고도 하더라.”

-추위와의 전쟁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촬영 현장 어땠나.

“이렇게 추워 본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가장 따뜻한 곳이 모니터룸이었다. 카메라도 얼 판이었다. 그래서 (모니터룸 안에) 굉장히 커다란 난로가 2개나 있었지만 안의 온도가 12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도, 사고도 많았다. 제가 촬영하면서 웬만하면 다 잘 참는데 너무 추워서 혼잣말로 쌍욕이 나온 적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눈이 너무 많이 왔다. 눈이 한번 오면 산에 있는 눈을 다 치워야 했다. 힘든 촬영이었다.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고, 그래서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었던 현장이었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데뷔 20년 만에 첫 사극 도전이었는데, 본인의 모습 어떻게 봤나.

“처음에 제 모습은 제가 봐도 웃겼다.(웃음) 찍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보니까 웃기더라. 처음부터 ‘관객들이 얼마나 낯설어할까’라는 생각은 했다. 내가 이걸 짊어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안전하게 안 걸 것이냐. 이런 기로에 있었다. 하지만 더 오래 연기하려면 내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보지 뭐’ 라고 결심했다.”

-첫 사극인데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은 평소대로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기를 ‘납품’하는 거라 생각한다. 디자인은 어느 정도 제가 하고 감독님의 요구, 디테일에 따라서 만들어 가는 거라 생각한다. 다만 사극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극톤’에 대해서는 사실 연습을 했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2001년에 찍으면서 처음으로 연극배우인 엄마에게 대사 한 번만 가르쳐주면 안 되겠냐고 울면서 부탁했지만 그때 엄마가 기술을 넣으면 안 된다며 안 가르쳐 주셨다. 그 후 17년 만에 다시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고 1:1로 레슨을 받았다. 하지만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바꿨다. 자꾸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서비’라는 인물의 전사가 극에 나오지는 않지만 내가 알기로는 고아 출신에 지율헌 의원이 데려다가 의녀로 키운 거다. 천민 출신에 내가 아는 사극톤을 붙여서 점잖고 위엄있게 연기하니까 그게 대왕대비마마처럼 들리더라. 조금 더 신분에 맞게 보여야 할 것 같아 고민했다. 과연 이 아이가 몇 번이나 양반과 대화를 섞어봤을까 싶었다. 의원님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던 아이가 화술이나 양반의 말투를 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사극톤을 포기하고 어색하게 양반 말투를 따라하는 것으로 했다. 외국 관객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매뉴얼이 있다. 그걸 못 지켰을 경우 어느 정도 비난 받을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도 그게 좋다고 하셨고, 시도도 안 해보고 컨셉을 버리기는 싫었다. 한편으로는 최후의 보루로 후시 녹음이라는 것도 있기에 후시 녹음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는데, 속상하지 않은지.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제 연기는 항상 호불호가 갈렸었고, 연기를 좋아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좋은 평을 받았을 때도 냉정하게 ‘그 정도로 잘하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한다. 저의 모토가 작은 비난에 아파하지 말고 작은 칭찬에 들뜨지 말자는 거다. 내 연기가 논란이 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통쾌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내가 연기력 논란을 당하는 게 ‘그래 당해봐야지’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 자랑스러웠던 건 내가 잘 하는 것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지만 못 하는 것도 과감히 도전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센스8’에 이어 ‘킹덤’까지 넷플릭스 시리즈가 이번이 2번째인데 다른 드라마·영화 촬영과 차별점이 있다면.

“일단 편한 것은 심의에 구속받지 않는 연기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킹덤’에서는 잔인함 빼고는 심의에 걸릴 게 없지만, ‘센스8’은 ‘이게 드라마야?’ 할 정도로 센 장면이 많았다.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넷플릭스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드라마란 생각을 하지 않고, 긴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찍는다. 한방에 다 만들고 업로드하니까. 드라마는 반 사전제작하면서 8회까지 찍고 피드백을 보며 만든다.”

-‘킹덤’은 특히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란 점에서 더 큰 기대를 받았다. 처음 대본 받아보고 느낀 점은.

“김은희 작가님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이래서 김은희구나’ 싶었다.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고 구성이 참 세련됐다.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에 뒀는지도 보였다. 초반에 좀비를 빨리 보고 싶은데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면서 해외 관객들도 스며드는 것까지 염두에 두더라.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감독 둘이 뭉쳤으니 믿고 했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스마트폰이 주 시청 도구라는 점도 특징인데, 이 부분이 배우의 연기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됐다. 연기할 때 배우는 플랫폼에 따라 다르게 한다. 연극무대에서 동작을 크게, 영화에서는 세밀하게 하는 식이다. 이게 스마트폰까지 갔을 때 어떻게 될 것이냐. 숙제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에서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향후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아직 프랑스 영화 ‘아이엠히어’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 봄에 다시 찍는 장면이 좀 남아 있고, ‘킹덤’이 6개월짜리 프로젝트이다. 그 이후에는 영화를 생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