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이 ‘법무부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8명의 목회자가 삭발식에 동참한 가운데 집회 참석자들이 NAP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8
지난해 8월 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이 ‘법무부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8명의 목회자가 삭발식에 동참한 가운데 집회 참석자들이 NAP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8

 

성역처럼 여겨졌던 종교계의 방어막이 무너졌다. 거룩하게만 여겨졌던 성직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부패상을 보다 못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간 성직자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위신을 세워줬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젠 반전이다.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의 권력화된 행태는 도마에 올랐고, 재정문제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음지에서 행해지던 성문제까지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는 지난해 사회 매체가 핫이슈로 다룬 주요 종교이슈들을 되짚어보고 부패한 기득권 종교계가 살기 위해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혐오‧증오 만드는 한국교회 보수

동성애‧이슬람포비아 확산시켜

차별금지 결사반대 삭발‧혈서

 

‘이단 규정’ 음지에 몰아넣기

정부정책 사사건건 제동걸려

“청년들 ‘혐오‧증오’ 신물났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나라는 다종교가 혼재함에도 평화롭게 이웃 종교와 화합하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사회 곳곳에는 혐오와 증오가 저변에 깔려 있다. 지난해에도 이런 차별을 조장하는 측과 차별을 반대하는 측은 여러 측면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차별하지 말자는 데 반기 든 개신교

먼저 ‘차별금지’ 문제다.

지난해 8월 땡볕에 한국교회 보수진영은 혈서에 삭발까지 동원한 극성스러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며 사실상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결사 반대를 표명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자신들이 그간 행해왔던 동성애‧이슬람‧이단 등 비난에 대해 법적 처벌이 가해져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가장 선두에서 NAP를 반대한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동반연)은 비상대책기구까지 구성했다. 여기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현 한교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 개신교 보수진영 교단연합기관 4개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NAP와 차별금집버 제정을 순교적 각오로 거부하고 저항하겠다”며 공동성명을 냈다.

앞서 7월 26일에는 목회자 30여명이 청와대 앞에서 모여 혈서 규탄대회를 했고, 8월 2일에는 한기총 임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혈서를 쓰는 등 극우 성향의 집회를 집단적으로 이어갔다.

동반연 길원평 실행위원장과 염안섭 전문위원, 김혜윤 건강과가정을위한학부모연합 대표가 삭발을 했다.

8월 14일에는 개신교 보수진영 단체들이 조선일보와 국민일보 등에 광고를 게재하고 반동성애를 광고하며 후원을 요구하기도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동성애자들은 성적인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며 “적은 수임에도 그 어느 집단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사회적 강자”라는 논리를 펼쳤다.

또 국민일보 광고에서는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장신대 학생들이 예배 후 무지개 깃발을 들었던 데 대해 학교 측에 징계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학교 측은 무지개깃발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징계해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으로 오히려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는 동성애와 퀴어신학은 이단으로 규정돼야 한다”며 이단사비이대책위원회에서 ‘동성애 사상은 이단이다’를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주류 교단들이 한번 이단으로 규정하면 더 이상 그 단체는 주류에 낄 수 없다. 공식적으로 차별해도 문제를 삼는 이도 없다.

지난해 8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A군(염 추기경 오른쪽)을 접견하고 격려하고 있다. (출처: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2.8
지난해 8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A군(염 추기경 오른쪽)을 접견하고 격려하고 있다. (출처: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2.8

◆ 무슬림은 모두 다 극단주의?

개신교 보수진영의 무슬림 배타와 혐오 수준은 극심하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릉에서는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설치하려고 계획됐던 기도실이 무산됐다. 개신교 한 단체가 ‘무슬림 기도실 설치 반대 서명’을 시작했고, 특정 종교 특혜와 근본주의 무슬림 경계, 과격 이슬람의 유입을 막는 세계 흐름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며 극구 반대를 외쳤다. 개신교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관광공사는 결국 예정했던 무슬림 기도실계획을 철회했다.

개신교 단체들은 그간 무슬림 할랄푸드 단지 조성이나 이슬람채권인 수쿠크 유통 허용 등에 반대를 표했고, 결국 무산됐다. 개신교계의 극한 타종교 배타 행위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지만 기득권 층의 다수가 개신교인인 탓에 별 제재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개신교 단체들의 무슬림에 대한 혐오는 난민문제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제주도에 예멘 난민 약 50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제주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했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는 찬반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개신교 내에서는 이슬람 포비아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례로 중동 모 국가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해온 개신교 A선교사는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신청 사태 당시 이슬람교를 비방하며 “무슬림 난민이 공식적으로 허락될 경우 앞으로 사회적 위험 요소가 많아지기에 극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A선교사는 ‘이슬람의 한국 진출을 막아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 이슬람이 들어와서 커지면 커질수록 부정적 사회병리 현상이 많이 발생할 것이고, 그 결과는 생태 파괴종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지배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공포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A선교사는 예멘 난민의 문제를 이슬람 문제과 동격으로 판단하며 “그들이(예멘 난민) 이슬람 국가에서 오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민감하지 않을 것이고 안티 반응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무슬림은 IS 등의 극단적인 활동에 대해 ‘이슬람 종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라고 할 것”이라며 “그것은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이야기한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제주 예멘 난민은 단 2명만이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또 다른 난민인 이란 한 중학생은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그는 난민신청 소송에서 패해 기독교를 박해하는 이란으로 쫒겨날뻔 했지만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해 5월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징계했고 과잉 대응 논란이 후속적으로 일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천지일보 2019.2.8
장신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해 5월 17일 채플시간에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깃발색의 옷을 맞춰 입고 예배를 드려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징계했고 과잉 대응 논란이 후속적으로 일었다. (출처: 장로교신학대 서모씨 페이스북 캡쳐) ⓒ천지일보 2019.2.8

◆ 혐오‧증오에 신물난 한국 청년들

개신교인들의 혐오‧증오의 바탕에 자리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들에 대한 시각은 싸늘하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극우 성향 개신교 단체로 평가되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성적소수자들과 이슬람에 대해 쏟아낸 뉴스가 ‘가짜뉴스’였다는 논란이 휩싸일 당시인 지난해 10월 경향신문의 칼럼을 통해 한국사회 청년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전했다.

그는 “근본주의적 교회, 극우적 개신교계 단체, 그리고 활동적 극우주의 청년들이 결합돼 특히 미디어공간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음에도 한국의 대다수 청년들은 그들의 메시지에 잘 동화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성적 소수자나 인종적 소수자를 적대하는 온라인 텍스트들이 미디어 공간을 활개치고 다녀도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소수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우리의 미래여야 한다고 믿는다”며
“나아가 그들은 ‘영적 전쟁’을 들어먹이며 차별을 조장하는 종교를 매우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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