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잡혔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지만 아직도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실질적인 남북 교류는 가로막혀 있다. 남북, 북미 정상 간의 회담은 활발하지만 남북 교류는 그대로 멈춰 있는 현실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짧은 구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사사건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진행이 됐고 앞으로도 미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류가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저런 사안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는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는 미국의 의도에 맞추는 걸 국제공조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나라라면 그건 독립국이 아니다. 남과 북이 막힌 관계를 트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해서 실행에 옮겨야 할 주권적 사안이다. 

미국은 세계경찰을 자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해 오다가 베트남전 패전으로 체면을 구겼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명분도 없고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전쟁을 벌이다가 국력이 크게 흔들리는 사태에 직면했다. 미국은 세계 주요 기술을 독점하고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로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미국이 막강하고 한국에 주한미군을 3만명 가까이 주둔시키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주권적 사안까지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하는 건 주제 넘는 일이다. 개성공단 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사안은 주권 문제이다. 국제공조의 틀 속에 주권적 사안을 묶어 놓는 건 민족사의 진로에 큰 장애물을 조성하는 행위이다. 이들 사안은 국제공조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문제이다. 

2017년 유엔의 이름으로 이북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때 정부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같은 사인은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명시하고 확인했어야 했다. 아직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제 목소리를 못 낸 결과다. 역사적 과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시키는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미국도 별소리 못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합의할 때 어떤 경우도 문을 닫지 않겠다고 남과 북 사이에 약속했다. 이명박 정권이 5.24 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만큼은 문을 못 닫았는데 박근혜 정권은 ‘과감하게’ 문을 닫아 버렸다. 민족사에서 있어서 한 번 잘못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개성공단 가동중단과 남북 합의파기가 바로 그 경우다. 

개성공단의 공장 시설과 장비들이 녹슬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운영자들은 속이 까맣게 타버렸다. 이들은 물론 절대 다수의 국민들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공단이 바로 재개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재개될 기미조차 안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얼굴만 처다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거듭돼도 개성공단이 그대로 닫혀 있으면 무엇 때문에 회담을 하는지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들이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를 위해서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철도가 남북 사이의 동맥이라고 하지만 동맥 역할을 실질적으로 하게 만드는 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이다. 동맥을 연결해야 실핏줄을 연결할 수 있다. 동맥은 끊어놓은 채 실핏줄을 연결하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는 미국과 다른 나라 눈치 보지 말고 우리의 동맥을 우리 스스로가 잇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