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현재 미 국무부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의 평양에 상주한 채 북한비핵화 의제를 중심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김정은이 한국을 통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이를 전격 수락해 열린 미수교 상태에서의 첫 정상회담으로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냥 형식적인 합의에 그쳤던 기대수준 이하의 회담결과였다.

반면에 김정은은 기대 이상의 실속을 챙긴 것으로 평가됐다.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체제인정을 공동성명서 서문에 문서로 받아냈다는 것은 정권의 안정보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주민에게 보란 듯이 미국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정권차원의 정통성을 보여준 것으로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도 이루지 못한 업적과 실리를 챙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9번째 핵보유국가임을 세계사회에 공인받은 것으로 상상을 넘는 실리를 챙긴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의 맞상대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인데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달리 실질적인 북핵협상에서 우라늄 농축시설과 원자로, 재처리시설 등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대북지원, 종전선언 등 양측이 사안별로 협상을 하게 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 양보를 제세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목록에 ‘제재 완화’를 강경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양보와 타협으로 실질적인 북미 핵협상의 진전을 기대하는 바도 있다.

그러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실무회담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관점에서는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기에 당사국의 입장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영향에 우려하는 바가 많다. 세계적인 석학 조셉 나이 전 미 국무부 부차관은 5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된다”면서 “북한은 국가의 정권유지수단인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핵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신중하게 준비된 회담이 아니었다고 비판도 했다. 김정은이 쉽사리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생각이며, 북한정권의 과거 행적과도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분명하게 뒤따를 것이란 구체적인 확신이 없다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하면서 김정은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 신고준비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번스 교수는 “비핵화를 무산시키려는 중간지점에서 타협하려는 시도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왜 2차 정상회담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밴 잭슨 박사는 평양실무회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로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는 어려울 것이며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견했다. 미 국방부 동아시아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담당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등 미리 북한측에 많은 것을 양보했다면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절대로 종전선언이나 주한미군 감축 철수 등을 먼저 제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사히 신문(7일자)에서는 북한이 핵시설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양보할 경우에 남북경제협력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북미 간 빅딜의 개연성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실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종전선언을 협조하되 반드시 ‘선 군비축소 후 평화협정’으로 가는 ‘남북군축실현’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김정은으로부터 ‘전쟁과 도발 포기선언’을 공동선언에 포함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이 북한비핵화에 달린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상대할 현실적 위협은 재래식 전력의 절대적 불균형으로 휴전이래 부담스런 안보의 현실이다. 이제라도 북한에게 진실한 평화를 약속한다면 ‘군축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 점을 북미회담의 의제로 추가해 국익과 실리를 챙겨야 한다. 지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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