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박정환(26) 9단이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2019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에 승리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국기원) ⓒ천지일보 2019.2.7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박정환(26) 9단이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2019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에 승리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출처: 한국기원) ⓒ천지일보 2019.2.7

‘다 이긴 게임’ 치명적인 실수로 패배
커제, 바둑돌 던지고 자기 뺨 후려쳐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박정환(26) 9단이 중국의 프로 바둑 기사인 커제(22) 9단과의 대국에서 다 진 게임을 역전하며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2019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 최종국이 열렸다. 이날 박정환 9단은 커제 9단에게 흑으로 7집 반 승리를 거두면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커제 9단은 대국 내내 유리하게 이끌었으며 인공지능도 커제 9단의 승리 확률을 98%까지 전망했다.

대국이 종반부에 접어들면서 조심스럽게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때였다. 초일류급 기사들은 대국 마무리 단계에서 자기 차례마다 계가를 하면서 안전한 수를 둬간다.

중앙의 흑에 활로가 남아 있었음에도 커제 9단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아래쪽에 단수를 쳤다. 박정환 9단은 이를 받지 않고 백의 맥점을 끊으면서 승률 98%의 경기를 역전시켰다.

커제 9단은 박정환 9단이 자기 단수를 받지 않자 즉시 자기 뺨을 후려치며 자책했다. 또 돌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흥분해 돌을 날리는 커제 9단. (출처: 유튜브 캡처)ⓒ천지일보 2019.2.7
흥분해 돌을 날리는 커제 9단. (출처: 유튜브 캡처)ⓒ천지일보 2019.2.7

김성룡 9단은 박정환 9단의 노림수에 대해 “중앙 흑의 활로를 처음 발견했을 때 바로 뒀으면 아마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잘 뒀으면 반집~한집반 차이까지 좁혔을 것이지만 결국 졌을 것이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 찰나에도 그 불리한 바둑을 끝까지 본 것이다. 박정환 9단이 진짜 대단한 것은 처음 커제 9단이 그 수를 놓쳤을 때 기회가 온 것을 알아챈 것”이라며 “모르는 척 다른 데 일일이 계가하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커제 9단의 우상단 수를 받아주며 실수를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2019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은 TV바둑아시아선수권과 같은 방식인 1수당 30초 초읽기와 고려시간 1분 10회가 주어졌다. 우승 상금은 80만 위안(약 1억 3200만원), 준우승 상금은 40만 위안(약 6600만원), 3위 상금은 20만 위안(약 3300만원)이다.

한편 승패와 별개로 바둑계에선 커제 9단의 바둑기사로서의 자격 논란이 한창이다. ‘아무리 분하고 실수가 치명적일지라도 바둑돌을 던지면 안된다’라며 커제 9단의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 게 아니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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