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는 티엔디타스 국제다리에 6일(현지시간) 연료탱커와 카고 트레일러, 임시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출처: 뉴시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는 티엔디타스 국제다리에 6일(현지시간) 연료탱커와 카고 트레일러, 임시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번에는 해외 원조를 받지 않겠다며 국경 다리를 전면 봉쇄했다. 

그러나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식품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의 반입을 막아 비난을 받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는 전날 유조 탱크와 화물 컨테이너를 동원해 콜롬비아 국경도시인 쿠쿠타와 베네수엘라 우레나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막았다. 쿠쿠타는 국제사회의 구조물품이 집결하는 장소다. 

파란색 컨테이너 2개와 주황색 유조 탱크 하나가 다리 위 3개 도로를 완전히 가로막아 차량 통행을 차단했다. 

이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미국과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과 중남미의 주요국가 등 우파 국제 사회가 이를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우파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을 경우 내정간섭과 대통령 퇴위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내린 결정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R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조 물품 전달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제국주의는 죽음을 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영 TV 연설에서도 미국과 캐나다가 비상 식품과 의약품 등을 보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거지국가가 아니다”며 거부한 적이 있다.

야권의 반정부 운동을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자국의 식품·의약품 부족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호소해왔다. 이에 미국은 2천만 달러, 캐나다는 4천만 달러의 원조를 약속했고, EU는 500만 유로의 원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지난해 3천400만 유로어치의 원조를 제공했다. 독일도 500만 유로의 지원을 결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마두로 정권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원조 허용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8개월 전에 베네수엘라를 떠난 레오네트는 로이터에 “도움이 절실하다. 우리 아이들은 끓인 바나나 껍질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 식료·의약품 등 생필품난과 정정 불안을 견디지 못해 2015년 이후 약 300만명이 조국을 떠나 콜롬비아나 페루 등 인근 국가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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