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에게 전처 형부 제거부탁
공범 “대동맥 찌르라고 요구”
양씨 ‘살인예비음모’ 추가입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회사 직원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과거 청부살인을 시도한 정황이 나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 회장을 살인예비음모 혐의로 추가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양 회장이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의 형부에 대해 지인을 시켜 살해하려 한 정황을 파악하고 최근 양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 2015년 9월쯤 평소 가까운 사이이던 스님 A씨에게 당시 아내의 형부를 살해해달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자신과 이혼 소송을 하던 아내에게 형부가 변호사를 알아봐 주는 등 소송을 돕자 이에 불만을 품고 A씨에게 돈을 주며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 회장이 A씨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양 회장이 ‘옆구리와 허벅지의 대동맥을 흉기로 1차례씩 찔러라‘라고 요구했다”는 A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양 회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등을 통해 양 회장이 A씨에게 사진과 주소 등 아내의 형부와 관련한 정보를 넘긴 것 역시 파악했다.
당초 경찰은 양 회장이 A씨에게 청부폭력을 지시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자 청부살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의 진술을 사실로 볼 경우 양 회장이 흉기에 대해 말 한 점, 옆구리와 허벅지가 흉기에 찔릴 경우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등 살해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양 회장의 살해 시도는 미수에 끝났다.
A씨는 양 회장에게서 받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을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 2000만원을 지인 B씨에게 주며 범행을 부탁했다. B씨는 다시 C씨에게 범행을 교사했는데 C씨는 이를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이로 인해 양 회장 아내의 형부는 화를 입지 않았다. 일이 어그러진 뒤 A씨는 받은 돈을 양 회장에게 돌려줬다.
현재 범행 대상이던 양 회장 아내의 형부는 지병이 악화해 이와 관련해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진술과 그간 확보한 증거로 양 회장 등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들을 살인 모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A씨를 제외한 양 회장 등 나머지 3명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양 회장은 “사람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 해결 해 달라’고 하기에 몇 대 때려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려 했지만, 이후 양 회장이 시킨 일인 것을 알고는 그만뒀다”고 진술했다.
C씨도 B씨와 사업 문제로 몇 차례 만났을 뿐 청부살인을 교사 받은 일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양 회장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양 회장을 1~2차례 더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양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수련회 등에서 직원에게 도검과 활 등으로 살아 있는 닭을 잡도록 강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폭로되면서 공분을 불렀다.
경찰은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 회장이 불법 촬영물을 포함한 음란물이 자신의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를 잡고 수사하던 중 이들 영상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 특수강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양 회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웹하드 카르텔의 정범으로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선 경찰과 협력해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