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3

심석희 피해심정 메모 남겨

성폭행 범행일시·장소 특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조 전 코치의 혐의를 사실로 보고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오는 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6일 밝혔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등 7곳에서 심석희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심석희가 고소장에서부터 4차례에 걸친 피해자 조사에서 일관된 진술과 메모, 조 전 코치와 심석희가 휴대전화 메시지 등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증거로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 장소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을 정확히 말하는 등 피해자 진술이 워낙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며 “범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석희는 4차례에 거린 피해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기록해 놓은 메모를 제출했다.

해당 메모는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심석희가 피해 당시의 심정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적은 것으로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모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빙상연맹의 경기 일정표 등과 비교해 메모에 적힌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일치하는 것도 확인했다. 구체적 범행 장소가 특정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메모가 조 전 코치의 범행이 수차례 반복된 것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판단했다.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에서도 핵심 적인 증거로 본 것이다.

반면 조 전 코치는 피의자 조사 동안 구체적인 반박 대신 “성폭행은 없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코치와 심석희가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나눈 대화도 구체적 증거로 혐의 입증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코치의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전자기기에서 자신의 성폭행과 관련해 조 전 코치가 심석희와 나눈 대화를 복원했고, 이 같은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에서 다수 발견했다.

또 경찰은 심 선수의 동료와 지인 등 9명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에서도 조 전 코치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중 조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경찰은 조 전 코치에게 자신의 범행과 관련해 심 선수를 협박하고 강요한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인 만큼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 복원된 대화 내용 등 여러 증거가 조 전 코치가 성폭행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어 혐의 입증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심석희는 조 전 코치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지난해 12월 중순 경찰에 제출했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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