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신선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청춘을 위한 잠언(箴言)과 완벽하게 빙의(憑依)된 명문장이 어스름한 심연을 파고든다. 이수진, 그의 아포리즘(삶의 교훈 등을 간결하게 표현한 글)은 문학의 구성을 뛰어넘은 새로운 발견이다. 그의 경구(警句)는 인간의 내면을 농밀한 언어로 어루만진다.

‘첫인상을 좋게 하라’는 밋밋한 교훈도 이수진이 의미를 부여하면 맛이 달라진다. ‘첫인상이라는 힘은 생각보다 긴 소문을 타고 흐르는 여류기에,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자신이 소유한 것들보다 더 큰 환영을 여기저기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는 명문장을 읽으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몸을 뒤척이던 심장이, 다시 숨을 헐떡일 것이다.

저자는 모든 것에 새로움만 추구해야만 하는 마음의 하중도 내려놓으라고 직언한다.

“시장의 거래에는 시세가 있고, 사람의 거래에서는 관례라는 방식이 있듯이 사람을 규정하는 한 사고의 틀은 사회를 움직이는 생산의 형식이 된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항상 새로워야만 한다는 해괴함에 중독되지 마라. 사람에게 있어 익숙함이란,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물론 창의라는 형식은 더 큰 자유로움을 위한 최고의 방식이 되나, 새로움은 언제나 사회가 지닌 그 형식 위에서 그래야만 하는 이유 뒤로 접근할 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수진 지음 / 에세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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