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4살 종복이, 가족 그리워 매년 임진각 왔죠”… 실향민의 설날
[현장] “14살 종복이, 가족 그리워 매년 임진각 왔죠”… 실향민의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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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기해년 설날’ 부모 떠올리며 차례
제35회 ‘재 이북부조망향경모제’
“남북통일, 저만치 있는 것 같아…
하루빨리 이산가족 상봉 이뤄지길”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어머니, 아버지…. 종복이 왔어요.”

설 당일인 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는 올해도 여김 없이 ‘재 이북부조망향경모제’가 진행됐다. 천만 이산가족들은 이번 설에도 고향을 가지 못한 채 이곳 망배단에 모여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처자식들을 떠올리며 차례를 올렸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고향을 떠난 지 어언 70년 다 되간다는 김종복(83, 대전)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 손에 굳게 쥐고 있던 파란색 체크무늬 손수건은 그의 눈물로 금세 젖어 들어갔다.

부모님 생사 소식도 듣지 못했다는 김씨는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모른 채 1년에 2번 빠짐없이 제례를 드리러 오고 있다”며 “매번 이곳에 올 때 마다 마음이 먹먹하고 통일에 대한 소원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월남하던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김씨는 “곳곳에 시체가 널려있어서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때문에 코를 막고 다녔다”며 “당시 가족들이 그 전쟁 속에 나라도 살리려고 14살 때 작은어머니와 남한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국민학교쪽에 살았었는데 죽기 전 내 발로 고향 땅을 밟는 게 소원”이라며 “머지않아 그리운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도 희망은 저만치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씨는 “직접 겪지 않아서 그런지 젊은 청년들 중에 6.25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거 같다”며 “비참했던 그날들이 잊혀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며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김씨의 말을 가만히 듣던 최한춘(86, 인천 강화군)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나도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며 “매번 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1.4후퇴 때 부모님과 생이별을 하고 누이동생하고 조카 셋이서 함께 17살 어린나이에 월남했다는 최씨는 “우리 집이 강화도라 어릴 때 북에서 봤던 큰 은행나무가 보인다”며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 추억도 생각나면서 더욱 북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든다.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제례를 지켜보던 조진아(가명, 24)씨는 “탈북민이신 할머니를 따라 가족 모두 참석하게 됐다”며 “재 이북부조망향경모제를 진행한지 벌써 35회를 맞았는데 여전히 통일에 대한 진전은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이때 남북 이산가족의 대대적인 상봉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이산가족 교류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재 이북부조망향경모제’에는 해방 직후나 6.25 전쟁 때 피난한 실향민들과 윤일영 제주 미수복경기도민회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함께 했다.

이산가족 1세대들은 1년에 2번, 설과 추석에 ‘재 이북부조망향경모제(在 以北父祖望鄕敬慕祭)’와 ‘재 이북 실향민 합동경모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4914명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2017년엔 3795명이, 2016년엔 337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해마다 사망자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생존한 이산가족 5만 5987명 중 90대 이상이 20.6%, 80대가 41.1%, 70대가 23%다.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을 거치며 지난해 군사,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비롯한 경제, 체육, 보건 등 각 분야에서의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됐지만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푸는 작업은 기대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인 5일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35회 망향경모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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