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행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행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동아시아 설 명절에 대해서도 언급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UAE 방문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첫 이슬람교 탄생지인 아라비아반도 방문을 앞두고 이 지역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예멘 내전의 종식을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UAE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의 핵심 일원으로 예멘 내전에서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역대 교황 가운데 UAE가 위치한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를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예멘 사태를 언급하며 “의약품과 식량이 없어 예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 이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울음이 하늘에 닿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이 배급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휴전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역대 가톨릭 수장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의 탄생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기 직전 이뤄진 것이다.

교황은 또 이날 동아시아의 명절인 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는 5일은 극동과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날”이라며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그들이 스스로와 타인, 신의 피조물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가정 내에서 덕을 실천할 수 있길 빈다”고 염원했다.

교황은 가톨릭과 이슬람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를 찾는다.

4일에는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교류 촉진을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의 대표 수백 명이 자리를 함께한다.

5일에는 현지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한다. 인근 아랍 국가들에서도 신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미사의 참석자 수는 1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등에 업은 예멘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은 지난해 12월에 스웨덴에서 유엔의 중재로 평화협상을 벌여 최대 격전지이자 예멘의 물류 요충지인 호데이다주에서 휴전하고 동시에 철군하기로 합의했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5년 3월 본격화한 뒤 4년 가까이 계속된 예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6만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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