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콘서트> 포스터 (제공: ㈜날개)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차이코프스키를 예술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연주는 더욱 끌리는 법이다. 여기에 템포 강한 러시아어가 정신없이 흘러가면서 차이코프스키에 열광하는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의 제목은 <더 콘서트>로 영락없는 음악영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동안 괜찮은 음악영화들에 길들여진 관객은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맞이한다.

러시아 볼쇼이 마에스트로인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공연을 앞두고 유대인 단원을 숨겨줬단 이유로 쫓겨났다. 그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향악단은 해체되고 볼쇼이 극장에서 말단 청소부로 전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30년간 그는 재기를 꿈꾸며 갖은 구박을 참아낸다. 어느 날 레오니드 사무실을 청소 중이던 그는 파리의 명문 샤틀레 극장에서 보낸 볼쇼이 교향악단 초대공문을 발견한다.

안드레이는 몰래 팩스를 가로채 30년 전 못다한 차이코프스키 협주를 자신들의 복귀무대로 준비한다. 우여곡절 끝에 스폰서를 받아내고 여권을 위조해 겨우겨우 파리로 향한 그들이 과연 무대에 설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인물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 안네 마리 자케이다. 그저 최고의 연주자라서가 아니라 주인공인 안드레이의 핵심적인 사연이 이 여인에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안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부모님을 알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엉터리처럼 보이는 이 협연에 참여하게 된다.

드디어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10분간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D장조 35번.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애호가가 아니어도 마지막 이 연주 장면에선 찡한 감동이 전해진다.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울컥해서인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그 순간 완전히 빠지게 된 건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확실히 실망스럽지 않은 감동이 있다.

일반인에서 성악가로 변신한 폴 포츠에게 처음엔 그 누구도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터져 나온 그의 목소리는 반전 드라마였을 것이다. 아울러 영화 초중반에 그려진 엉망진창의 단원들이 결국 매우 아름다운 연주를 해내는 그 모습은 ‘이런 스토리 예상은 했지만’ 여전히 감동스럽다. 그런 인물의 의외성은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관객들에게 ‘으쓱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당시 고통 받아야 했던 음악가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은 <더 콘서트>를 통해 독재자 차우세스쿠 정권에서 어린 시절 경험했던 억압을 슬며시 끄집어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유머러스한 연출로 무겁지 않게 또 진부하지 않게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역을 맡은 알렉세이 구스코프는 약 70편의 작품에 출연한 러시아의 국민배우로 지휘자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고 <바스터스:거친 녀석들>로 우리에게 얼굴을 알린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은 바이올린 솔리스트의 품격 있는 연기로 한층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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