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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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尹克榮, 1903~1988) 시인의 동요 ‘설날’의 노래 가사다. 어릴 때부터 새해가 찾아오면 부르던 낯익은 이 곡. 그런데 노래를 부르다가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우리가 보내는 설날이 오늘이라는 것은 이해하는 데 왜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일까.

◆한 해의 첫 명절 ‘설날’

먼저 설날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 날로,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낯설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을 정월대보름과 연관시켜서 해석을 많이 하기도 한다. 설날에는 다양한 풍습들이 있었는데 차례, 세배, 떡국, 설빔(새옷), 덕담, 문안비, 설그림, 복조리 걸기, 야광귀 쫓기, 청참, 윷놀이, 널뛰기 등이 그것이다. 그중 설날의 대표적인 풍속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세배로 원래는 차례가 끝난 뒤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찾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때 설맞이 행사를 열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설날은 한식과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날이었다.

◆‘까치설’ 등장한 유래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설날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동요 ‘설날’의 노랫말에도 까치가 등장한다. 까치설이 등장하게 된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고려시대 삼국유사 속 설화와 연관된다.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으나 왕이 까치와 쥐,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 쥐, 돼지, 용은 모두 십이지에 들어가는 동물이라 공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까치는 여기서 제외돼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이 설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해 까치설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두 번째는 발음과 관련된다. 과거에는 설날을 ‘아치설’이라고 불렀다. ‘아치’는 ‘작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치의 뜻이 상실되면서 비슷한 ‘까치’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세 번째는 까치가 길조의 동물로 여긴 것과 관련된다. 과거에는 반가운 손님이 오면 까치가 운다고 할 정도였다. 동요에서 까치의 설날을 어제라고 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설날이 찾아오면 반가운 손님이 모인다는 의미를 문학적인 느낌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넷째는 동요 설날이 제작된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우리말살 정책에 저항해 작사 작곡된 곡이라는 점이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음력설을 없애고 양력 1월 1일을 공식적인 양력설로 지정했다. 그러다 1985년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지정해 공휴일로 삼았다. 1989년에는 음력설을 비로소 설로 명명했고 3일간 공휴일로 지정됐다.

동요 설날 앞부분에 나오는 ‘까치까치 설날은’에서 설은 일제의 양력설을 말하는 것이며, ‘우리우리 설날은’은 우리의 음력 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곡가 윤극영이 만든 이 동동요는 어둠의 시대에서도 새 날의 희망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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