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천지일보 2019.1.29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천지일보 2019.1.29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먹고 사는 민생문제가 중요

선거법 개혁안, 국민이 우선

남북관계, 거대한 지뢰덩어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 “이번 설날 밥상에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아주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소재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지난 29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설 밥상의 최대 화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경제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 살리기에 목숨을 걸었다는 모습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중 심리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설 밥상에 오를 주요 정치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먹고사는 민생문제가 제일 중요한 화두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 향후 경제가 나아질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를 ‘BMW’ 심리라고 부르고 싶다. B는 ‘Business’, M은 ‘Money’, W는 Wellbeing이다. 개인의 행복과 자녀의 취업 등 우리네 살아가는 문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설날 밥상에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아주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소재는 없는 것 같다. 문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기쁜 명절은 아니다.

-오는 2월 임시국회는 어떻게 전망하나.

문을 걸어 잠갔다. 손혜원 의원 사건이 터지면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선거법 개혁이 민감한 쟁점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여야 간 접점이 전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임시국회를 열어봐야 여야에 득이 되지 않는다. 손혜원 사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태에서 여당은 임시국회를 열어봐야 득보단 실이 더 많기 때문에 열지 않을 것이다.

-선거법 개혁안은 사실상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나.

과거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이나 선거제 개편 문제는 여야가 단기간에 합의한 경우가 없다. 여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안을 보면 현실성이 없다. 지역구 의원 50명 이상이 지역구를 반납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겠는가. 야3당이 내세운 안을 보면 의원을 350명 이상으로 늘린다고 한다. 이 역시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야3당은 전체 예산을 동결한다고 얘기하는데, 여야 간에 서로 양보하면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혁안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이 정국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이번 설 명절에 제일 화두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정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설 명절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리라고 본다. 여권 입장에선 예상치 않은 악재가 발생했다. 설 명절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했다. 김 지사가 자타가 공인하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파장이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을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사면초가가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이나 청와대, 민주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당의 2.27 전당대회는 어떻게 전망하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출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인 데다 보수진영을 등에 업고 나온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가 황교안-홍준표-오세훈이 출마한 구도로 가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박근혜의 그림자를 극복하느냐, 그대로 짊어지고 가느냐에 따라서 다음 총선과 대선도 승패가 갈릴 것이다. 만약 친박(친박근혜)이 이긴다면 보수진영 전체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 사태 본질은 무엇인가.

공인인 손 의원이 문화재 관리에 대한 단순한 애정의 발로인지, 아니면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취했는지가 논쟁거리다. 지금 정치적 이슈로 비화했기 때문에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어느 쪽이 분명하게 옳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많은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여권에 뼈아픈 대목이 많다. 이후로도 정권 실세나 문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중심적 정치인의 경우, 그런 빌미를 제공하는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집권 3년 차에 어떤 사건이 터지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저런 건이 또 발생하면 제2·제3의 손혜원 사건이 불거질 수 있다.

-여당 중진의원 사이에서 당 지도부와 다른 이야기가 나와 집권 3년 차 내부균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부분을 중요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가 레임덕 현상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 책에 보면 레임덕 징후 5가지를 나열했다. 대통령 지지도의 지속적 하락, 대통령 권위 추락, 여권 내부 분열,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 폭로, 마지막 단계로 차기 대권주자의 차별화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이 왔다고 볼 순 없지만, 그런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 중 하나가 탈원전인데, 송영길 의원이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여당 중진 의원이 정권의 상징적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핵심부에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차기 대권주자의 차별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권 중진 의원이 현 정부의 중요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 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김부겸 행자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 재설계를 놓고 논쟁을 벌인 부분도 대권 신경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차기 대권주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한국당은 손혜원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데, 성사 가능성이 있는가.

야당 입장에선 호재를 찾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건 당연하다. 키는 여당이 쥐고 있다. 여당이 적당히 절충할 수밖에 없다. 정치공세로 치부해 버리고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가면 여야 충돌은 지속되고 국회는 공전될 수밖에 없다.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간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거나 국회 상임위에서 집중적으로 그 문제를 파헤치는 등 여야의 공동노력을 보여야 한다.

-경제에 집중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와 그에 따른 지지율은 어떻게 전망하나.

문재인 정권 20개월을 보면 국정운영 우선순위가 1순위, 적폐청산, 2순위 남북관계, 3순위 민생경제로 인식됐다. 그런데 지난 2~3달 전부터 3순위로 둔 것으로 비쳤던 민생경제를 1순위로 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경제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다만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 살리기에 목숨을 걸었다는 모습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중 심리가 달라진다. 그것이 문 대통령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한일관계 등 해결해야 할 외교적 현안이 많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제일 잘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보수 진영은 이 부분을 가장 세게 공격하고 있다. 남북관계 등 외교문제의 핵심은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가야 한다. 단기간에 눈에 띠는 성과를 내는 게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돌발 변수나 악재가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반짝 효과를 줄 수 있을진 몰라도 국민 전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첨예하고 민감한 거대한 지뢰덩어리와 같은 남북관계 문제는 조심스럽게 파내야 한다. 신중하고도 점진적으로 가는 게 최선이다.

김정은 답방이 이뤄지고 평화가 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환영할 일이다. 이를 용의주도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돌발변수가 언제, 어디서 터져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구정을 계기로 외교문제 특히 한미관계는 정치·경제 등과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슬기롭게 외교관계를 잘 유지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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