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내가 타던 유모차 - 이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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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던 유모차

이화주

 

내가 타던 유모차
할머니 손잡고
마을 길 나들이 간다.
가다가 멈춰서
찔레꽃 향기 태워 주고
가다가 멈춰 서
도랑물 소리 태워 주고
가다가, 가다간 멈춰 서서
앞산 뒷산 뻐꾸기 소리 태워 준다.

 

[시평]

어린 시절, 아기들은 유모차에 실려 엄마가, 때로는 할머니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실려 이곳저곳을 다닌다. 유모차에 실려서 이리저리 신기한 듯, 이제 막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세상을 구경하며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자라고 또 성장했다.

이렇듯 내가 타던 유모차를 오늘은 할머니께서 이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 다니신다. 유모차에 두 손을 얹고는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시고는 유모차를 밀며 힘든 발걸음을 띠신다. 우리들의 할머니들께서는.

유모차에 의지해 걸으시는 할머니, 몇 걸음 가지 못해서 숨이 차고 또 다리가 아파와 그만 유모차를 멈추고 쉬신다. 이렇듯 쉬면서 길가에 핀 찔레꽃도 바라보시고, 또 이렇듯 쉬시면서 도란도란 흐르는 도랑물도 바라보시고, 또 앞산 뒷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도 들으시고. 

그래서 유모차에 찔레꽃 그 향기도 싣고, 또 도란도란 흘러가는 도랑물 소리도 싣고, 먼 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도 실으시며, 쉬엄쉬엄 할머니는 유모차에 의지해 동네를 산보한다. 어린 시절 나를 태우고는 이곳저곳 동네 산보를 하시듯이, 어린 시절 우리가 유모차에 실려서 신기한 듯, 이제 막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세상을 구경하듯이, 오늘 할머니 이 유모차에 세상의 온갖 풍경과 소리와 향기를 유모차에 싣고는 세상의 이곳저곳을 산보하신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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