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 현대화로 노점상도 수레나 바닥이 아닌 매대에 물건을 놓고 팔게 된 대전 중앙시장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시설현대화로 구매자 편의 도모
주차장, 카드계산단말기 설치 등 숙제
상품만 구매하는 시장 아닌 문화향유 장소로 발전 기대
  
[천지일보=전국부 특별취재팀] “물건이 싸고 질이 좋으니 많은 양을 살 때는 꼭 재래시장에 오죠. 하지만 오려면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문제 때문에 자주 오기가 어려워요(나은주, 44, 주부, 대전 월평동 거주).”

‘재래시장’을 떠올리면 정이 많고 신선한 1차 식품이 많아 대부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자주 가기엔 불편한 곳이라는 이유로 꺼리게 되는 게 현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유통점에 발걸음이 더 잦다. 이에 따라 재래시장 상인과 지자체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래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봐야 했던 것은 ‘낙후된 시설’  

▲ 전국상인연합회 석종훈(대전상인연합회 회장) 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본지는 전국 4개 광역시(대전, 대구, 부산, 광주)의 현황을 파악했다. 가장 재래시장이 많은 곳은 부산으로 무려 172개소, 대구는 약 100여개소에 달했다. 부산 같은 경우 피난시절부터해서 상권형성이 된 곳이 많아서 상당히 오래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 대전 32개소, 광주 18개소로 도시별 규모 차이가 컸다.  

이들 재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설 낙후였다.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대형유통점들이 대거 유입되고 상대적으로 시설이 낙후된 재래시장은 사장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이후 전통시장을 살려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2004년 10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재정됐다. 이에 따라 주차장과 아케이트 시설 등 재래시장의 시설 현대화에 투자가 되기 시작했다.

◆시설 현대화와 함께 상인 조직 결성

그 후로 6년이 지난 2010년. 재래시장들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역시 가장 큰 변화는 투자한 만큼 눈에 보이게 달라진 시설이다. 시설 현대와에 투입된 예산만도 가장 규모가 큰 부산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약 1447억 원이며, 2002년부터 시작한 대구가 약 1181억 원, 대전은 약 930억 원, 광주는 약 682억 원이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각 시장에는 주차장, 아케이트 시설, 공동 화장실, 상인교육장 등이 들어섰다.

이와 함께 재래시장을 대표하는 상인 조직도 2004년 창설되고 2005년 시장경영지원센터가 2009년 시장경영진흥원으로 바뀌는 등 체계적인 관리도 이뤄지게 됐다.

상가를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행사 아이템은 시장경영진흥원의 사업승인을 받은 후 각 상가 번영회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활동은 운영 상황을 외부에 공개해 재래시장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각 시장의 상가번영회의 역할도 크다. 시장 발전을 위한 아이템을 만들어야 특색을 갖춘 시장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노래자랑·다문화요리강습회·고객상인퀴즈대회 등 고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 서남신시장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상가번영회, 재래시장 발전에 영향 ‘톡톡’

전국상인연합회 석종훈(대전상인연합회 회장) 부회장은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설만 갖고 경쟁할 수 는 없다.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호종 대구 서남신시장상인회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좋은 예로 부산 부전마켓타운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부산 양재혁 부전마켓타운 활성화 총괄 사무국장은 “부전마켓타운 조성으로 분위기도 활성화 되고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5~10월까지는 토요문화야시장을 열어 공연을 보여주고, 야시장 점포를 열어 홍보한다”고 운영 실례를 제시했다.
부전마켓에서는 자체적으로 재래시장 발전을 위해서 6개 상인회가 모여 회의를 자주 갖고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대구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서남신시장 상인회 현호종 회장은 “상인과 고객과의 접목을 시키는 행사를 많이 하는데 대형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시장만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며 “노래자랑, 다문화요리강슴회, 고객상인퀴즈대회 등 두 달에 한번 꼴 6년 동안 해왔더니 이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의 경우에도 예술, 문화 관계 작가들이 입주하고 있는 대인시장에는 작가들과 시장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여러 프로젝트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고스란히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결과로 다가왔다. 먼저 상인들이 느끼는 재래시장의 변화가 가장 크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18년 동안 한복 주단을 운영해온 김옥자(55, 여, 유림주단) 씨는 “시설이 바뀌고 나니 그나마 유지라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상인들이 얼마나 백화점보다 더 서비스를 잘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가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매출이 올랐다는 반응도 있다. 부산 부전마켓타운에서 40년째 노점상을 하고 있는 조홍준(75, 여) 씨는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손님들이 예전보다 많아져 매출이 올랐다”며 “재래시장 상가가 아닌 노점도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부전역 앞에 옛날에는 촌장(시골장)이 많이 섰는데 요즘엔 할 수 없다. 전통시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촌장도 부활시켜 현대화 속에서도 옛날 전통시장의 모습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재래시장 특성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구 서남신시장에서 1차 식품(절인 배추와 양념)을 판매하고 있는 김재현 씨는 시설 개선은 좋지만 사실상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시설이 현대화돼서 눈이나 비 가려주니깐 고맙죠. 하지만 재래시장은 단골손님이 한정돼 있기에 할인행사 등을 해도 매출엔 그닥 많은 변화는 없어요”라고 밝혔다.

전혀 사업의 결과를 못 느끼겠다고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대인시장에서 20년 가까이 떡 상점을 운영 중인 이은숙 사장은 “사실 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예전에는 부장시장으로 통했던 대인시장 상권이 현재는 대형마트 등에게 눌려 많이 죽었다. ‘대인시장엔 뭐, 뭐가 유명하더라~’ 라고 재빨리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색 있는 사업을 전통시장마다 도입해 운영해 나가야 시대에 발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래시장, 대형유통점과 주민과 상생방안 필요  

▲ 예술·문화 관계 작가들이 입주한 광주 대인시장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상인들이 재래시장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 것이 바로 각 재래시장만의 특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상인연합회 석종훈(대전상인연합회 회장) 부회장은 “특산품이 있는 곳은 특산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꾸며나가고 특산품이 없는 곳은 생활밀접형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시장과 주민들의 여가 공간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 센터의 취미교실을 시장 안으로 들여와 문화교육을 받고 돌아가는 주민들의 발걸음을 재래시장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아울러 어려운 주민들을 도와주는 상인들의 활동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유통점과의 상생방안도 제안했다. “시장 근처에 입점하지 않고, 차라리 시장 안으로 들어와 1차 식품 판매에 대한 것만 재래시장에 양보해준다면 양쪽 모두가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지 않을까요?” 1차 식품을 구매하러 시장에 들린 소비자가 2차 상품을 구입하러 대형유통점에 곧바로 들릴 수 있게 되므로 서로가 이득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지자체, 재래시장 살리기 위한 아이템 마련에 골몰  

▲ 토요문화야시장이 열리는 부산 부전마켓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지자체들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아이템 찾기에 골몰이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박광용 주무관은 “앞으로의 계획 중 특징적인 것은 대중교통카드를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것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젊은 층이 소지하고 다니는 교통카드를 재래시장에서 이용해줄 수 있도록 해줌으로 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말기 비용이 비싸 해소방안 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광주는 상권 활성화구역을 지정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 경제산업정책실 유통소비팀 김정현 주임은 “주요 상업 활동이 위축되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곳을 ‘상권 활성화구역’으로 지정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활성화를 해주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부산시청 경제정책과 김용명 주무관은 “시설설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지원과 상인 자부담, 상인들 간의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속력도 선행되어야 하지만 상인들의 사정이 어려워 개발되지 못하는 곳이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대전시청 경제정책과 전통시장담당 류인환 주사는 “매출 실적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중앙정부에 예산 배정을 요구하기가 원활하지만 아직은 상인들의 협조가 부족해 통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며 인식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상인과 지자체가 하나로 힘을 모으고 있다. 지자체 서민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이 이 같은 노력으로 상생의 결실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증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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