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63호인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왼쪽)과 국보 제117호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오른쪽)은 기본적 보존원칙을 무시한 채 보존처리됐다. (사진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 윤리규범 정책 정립ㆍ기본 충실한 보존가 양성 시급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국 문화재의 실정에 맞는 보존윤리규범 재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보존처리가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채 보존할 때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존처리된 비지정문화재의 경우는 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점기 동안 빼앗겼던 우리 문화재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되찾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조선총독부가 만들어 놓은 국가지정문화재 목록을 재정비하고, 조사되지 않았던 문화재들을 수집해 목록을 정리, 응급조치가 필요한 문화재를 수리 보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존처리를 위한 전문지식과 원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미숙한 보존처리가 계속돼 왔다.

잘못된 보존처리로 인한 문제점은 바로 국보 제63호인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국보 제117호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통해 드러났다. 비전문가가 가장 기본적인 보존 원칙을 무시한 채 보존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도피안사 불좌상의 경우 1988년에 도금공이 개금했는데 개금 당시 녹을 제거하지 않고 면이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칠을 하고 금박을 입힌 것이 드러났고, 보림사 불좌상의 경우에는 전문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가 임의로 보존처리해 색상이 변하는 등 처리 전과 달라진 불상이 돼 종교 미학적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논란이 됐다.

지난 2일 ‘문화유산 보존원칙과 합리적 판단’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이수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보존가로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전문 지식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도 함께 길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말인 즉 문화유산 보존가는 원형대로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존 처리가의 독단적인 생각으로 자칫 합리적인 판단이 흐려지게 되면 문화재의 원형을 살릴 수 없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나라의 자산인 문화재를 영구히 원형대로 보존시키기 위해서는 보존가 스스로 맡은 문화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그대로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개별 문화재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 다르고 이들이 지닌 가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국보 2점의 사례와 같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사에 따르면 문화유산 보존 원칙에 근거한 정책을 정립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 판단에 미치는 사유능력과 자세를 키울 수 있는 교육 과정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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