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사십대 후반인 조근석은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모아 놓은 재산도 없지만 인물 또한 평범했다.
그의 장점을 굳이 말한다면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보는 성미였다.
근석은 꼬박 일 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G식당을 꾸준히 출입하고 있었다. 그의 행동에 별로 특이한 것은 없었다. 식당에 나타나는 시간과 주문 메뉴가 언제나 한결 같았다. 근석은 음식이 짜다거나 싱겁다는 불평도 일체 하지 않았다. 미모의 여 주인에게 농담을 거는 법도 없었다. 가끔 날씨가 춥다거나 덥다는 그녀의 조크에도 그저 무덤덤하게 ‘예’라는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근석은 식사가 끝나면 손이 베일 것 같은 빠릿빠릿한 지폐를 지갑에서 내놓았다. 식당 문을 나서며 그가 겨우 내뱉는 말이란.
“잘 먹었어요.” 짧은 그 한 마디뿐이었다.
“아, 저 사내는 마음이 한결같은 사람이야. 부인 외에는 한눈 팔지 않을 게 분명해.”
여 주인은 식당을 빠져나가는 근석의 뒷모습을 보며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날로부터 얼마 가지 않아 식당 여 주인은 근석의 새로운 3번째 애인이 되어 있었다.
그 뒤 근석은 G식당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H식당을 출입하고 있었다. 벌써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H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근석은 지갑에서 역시 빠릿빠릿한 지폐로 계산을 했다.
“잘 먹었어요.”
그는 덤덤한 인사를 던지고 문을 나섰다.
“아, 저 사내는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람이야. 부인 외에는 한눈 팔지 않을 게 분명해.”
H식당 여 주인은 근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