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주인공인 나오코와 딸 모모 (사진제공: ㈜마운틴픽쳐스)

억척스레 살아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영원한 사랑’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푸른 바닷가를 끼고 있는 한 작은 마을에는 여성 왕국이라고 할 만큼 여자들이 많다. 마치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인국(女人國) ‘아마조네스’를 연상케 한다. 아마조네스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 마을에서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의존적인 여성상은 찾아볼 수 없다. 여성 주민들은 억척스럽게 생활하고 연애도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친다.

어촌이기 때문에 억척스런 여자들이 많을 가능성도 있다. 고기잡이하러 바다로 나간 ‘남자’들이 풍랑을 맞아 죽거나 행방불명될 수도 있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육지로 떠나는 등 남자가 귀한 경우의 수는 많으리라.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는 어촌 여성들의 이야기다. 생활력이 강해 무엇이든 다 해낼 것 같은 이들에게 단 한 가지 ‘사랑’이 부족하다. 영화는 마을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이 여자들을 ‘들장미’라 표현했다. 영화는 사랑하고 받고 싶어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 사랑을 끝까지 지킬 수 없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늘 남자가 떠나거나 남자에게 당하는 마을 여자들이지만 어떠한 상황이든지 ‘사랑’만 하면 만사형통이란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단조롭고 진부한 일상을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사랑’은 유일한 활력소다.

이들이 만나고 헤어진 남자만 하더라도 아마 한 트럭은 될 듯싶다. 그만큼 이 마을에서 연인 또는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란 유독 어렵다.

육지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주인공 나오코(칸노 미호)는 딸 모모만 데리고 섬에 돌연 돌아온다. 대화 가운데 얼핏 알 수 있듯 그는 ‘일중독’인 남편에게 그만 질려 이혼을 단행했고 친정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결국 엄마와 같이 나오코 또한 혼자서 모모를 키우는 셈이 됐다.

나오코뿐 아니라 마을 전체 화두는 ‘사랑’과 ‘연애’다. 친정엄마가 운영하는 마을에서 유일무이한 미용실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주머니는 온종일 연애 이야기만 한다.

나오코는 고교시절 선생님이자 첫사랑인 카지마와 새로운 사랑을 비밀리에 시작한다.

마을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나오코이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카지마 선생이 자꾸 사라지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영화에서 반전 중심에 선 나오코와 카지마 선생.

이 외에도 나오코는 마을 여자들의 연애사에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여성의 입장에서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한편 영화에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전기톱을 들고 전봇대를 자를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사연, 겉으론 딸 나오코에게 무심하게 대하지만 사실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하는 친정엄마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용실이 주요 무대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머리 모양을 살펴봐도 좋다. 아버지를 만나기 전, 모모는 예쁘고 귀여운 머리 모양으로 묶어 달라고 엄마 나오코에게 생떼를 쓴다. 그리고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트레이드마크인 뽀글뽀글 파마머리, 머리 모양을 자주 바꾸는 미쓰에, 생머리를 유지하는 나오코 등 요시다 감독의 특유의 여성 지향적인 감성 연출력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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