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건축가

ⓒ천지일보 2019.1.27
ⓒ천지일보 2019.1.27

이미지라고 하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현실적인 이미지가 있기도 하지만 머리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도 있다. 

미래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 영화 ‘모털엔진’은 동심의 세계에서나 꿈꿔볼 만한 상상력을 화면 가득히 채우는 미래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거대한 도시가 무한궤도 바퀴 위에 올라타서 움직이기도 하고 곤충같이 생긴 비행선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가 연출되고 낯선 장면이 강요된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다가올지 예상을 못 하는 처지에서 상상력을 키워주는 영화로서 충분히 넉넉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가끔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비치는지 고민해 본다. 화려한 이미지가 가득 찬 것에 만족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말이다. 

모털엔진 움직이는 에너지 덩어리가 또 다른 에너지를 삼키는 느낌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머리에 그려지는 것은 내용에 집중되기보다는 화면에 가득 찬 찬란한 이미지에 집중하기 십상이라. 스토리를 놓치기 쉽고 본질을 찾지 못하고 혼선만 가중시킨다.

우리의 공간도 그러한 것 같다. 공간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보면 자칫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람 중심의 공간보다는 공간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공간에 대한 기억은 남지 않는다.

자존감을 살리는 공간을 만들려면 공간을 배려하는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화려한 장면들의 연속인 공간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애써 만든 것들이 훌륭함을 저해시키는 방해요소가 되고 만다는 단순한 진리는 단순함에서 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반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지가 연속되게 나열을 보여주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공간을 연결하는 시나리오가 더 치밀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며 더없이 좋겠다. 모털엔진의 여러 미래 이미지들이 합리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시나리오로 잘 짜였더라면 더없이 좋았던 것처럼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한 번이라도 더 기억에 남는 건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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