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등 한파가 기승을 부렸지만 명동의 거리는 활기찬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천지일보 2018.12.28
연말 명동의 활기찬 분위기 ⓒ천지일보 2018.12.28

13년 만에 경제성장률 추월
미세먼지·폭염에 가전제품 구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해 경기둔화 우려에도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래 가장 높았다. 소비심리는 계속해서 하락했지만 소비 증가율은 13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추월한 것이다. 작년 고용 부진 등으로 인해 1월에만 109.9였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에는 96.9로 하락했다. 100을 넘으면 생활형편이나 경기, 수입 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지만 100 미만이면 그 반대로 곧 경기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는 얘기다.

그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대에 그쳤다. 특히 세월호 사태가 있던 2014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 2.2%, 2016년 2.5%, 2017년 2.6%로 서서히 높아졌으나 2% 중반대를 기록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률을 넘진 못했다.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은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민간소비 증가율은 4.4%로, 경제성장률(3.9%)보다 높았다. 이후에는 건설투자나 수출 등이 성장의 지렛대가 되고 소비는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설비와 건설 투자 모두 부진한 가운데 소비가 성장세를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민간소비 성장기여도가 1.4%포인트로 2011년(1.5%포인트)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성장기여도는 2014년에 0.9%포인트로 떨어졌다가 점차 상승했다.

소비 내역을 보면 내구재 증가율이 6.2%로 높았다. 전년 동기대비로 상반기 8.3%, 하반기에 4.2% 각각 늘었다.

이는 중산층에서 가전 구매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판매가 늘었다.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이 많이 팔렸고 건조기도 ‘워라밸’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수입차가 많이 팔렸다. 규제 강화를 앞두고 업체들이 재고소진에 나선 영향으로 해석된다.

준내구재도 5.9%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6%, 하반기에는 7.2%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면세점 구매 덕분에 옷과 가방, 화장품 판매가 꾸준히 이뤄졌다. 연초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덕분에 롱패딩 인기도 한몫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료비 지출이 많았고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오락문화 분야에서 소비가 늘었다.

다만 민간소비에 포함되는 해외소비는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출국자 수 증가율은 1분기 14.3%, 2분기 12.8%에서 3분기와 4분기에는 3%대로 떨어졌다. 2016년은 15.9%, 2017년은 18.4%로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소비 증가세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임금 상승과 정부 재정효과가 꼽힌다. 명목임금이 지난해 큰 폭 상승했다. 전년 동기대비로 1분기 7.9%, 2분기 4.2%, 3분기 2.9% 높아졌다. 2016년 3.8%와 2017년 3.3%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9월부터는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으로 정부 이전지출이 수조원 늘었다.

올해 한은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2.6%로 작년보다 낮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는 같고 가계소득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봤다. 고용여건은 다소 나아지지만 소비심리는 크게 개선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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