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10월 마지막 주에는 로봇관련 국제행사가 몰려 있어 가히 로봇 주간이라 불러도 좋을 법했다.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국제로봇전시회인 로보월드 2010이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리면서, 27일부터 30일 사이에 제어로봇시스템학회 주관의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고, 29일에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한중일 로보틱스 워크샵도 열렸다.

로보월드 2010에는 국내외 120여 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500여 개 부스 규모로 참여해 로봇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발전방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 지난해 말 일본 동경에서 열린 일본국제로봇전시회 iREX와 비교해서도 더 나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었다. 특히, 국내 유수 기업이 제작한 교육용 교사보조 로봇과 사회 안전시설 감시로봇의 경우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어와 있어, 서비스 로봇이 활약할 미래사회가 바로 한걸음 앞에 놓인 듯했다.

필자가 프로그램 위원장으로 관여했던 한중일 로보틱스 워크샵은 나라별로 10여 명의 정부와 학계 및 사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에서 주도하게 될 로봇 연구와 산업화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미 이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과, 세계 최대의 로봇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한 로봇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이 모인 이 자리는 미래 로봇산업에서 앞으로 펼쳐질 신 삼국지를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로봇산업의 주류가 인간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던 산업용 로봇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 로봇으로 넘어가게 되리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서비스 로봇 분야는 이제 막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단계이고 산업용 로봇과는 사뭇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래에 누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따라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미래의 성장 동력원으로써 주저 없이 서비스 로봇을 지명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은 로봇 문화 측면에서나 로봇 제품의 제작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국이다. 2009년 4월에 발표된 경제산업성의 로봇전략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실용화 가능성 있는 6가지 유형의 서비스로봇을 선정하여 기술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동작업 로봇, 인간장착 로봇, 탑승형 로봇, 커뮤니케이션 로봇 등이 주 대상인데 혼다·도요타·도시바 등 대기업 중심으로 실용화 바로 전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경우, 모든 제조업 공장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어 세계적으로 정체기에 있는 제조업용 로봇시장에서 미래에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로봇의 경우에도 60세 이상의 노령화 인구가 2억명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그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을 앞세운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지목한 이래 정부·산업체·연구기관·학교가 협동하여 꾸준히 기술개발과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우리의 장점인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선진 기술국에서도 한국의 기술적 진보와 다양한 사업화 시도에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미래에 자동차 산업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는 로봇산업에서 현재 세계 각국은 열심히 뛰고 있다. 최고 기술을 가진 일본과 최대 시장을 가진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미래 로봇산업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한국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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