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앞둔 전통시장 북적이지만… “정작 지갑을 안 열어요”
[르포] 설 앞둔 전통시장 북적이지만… “정작 지갑을 안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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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을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을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겉보기와 달라” 상인들 속앓이

“구매대신 눈으로만 ‘아이쇼핑’”

시장대신 백화점서 예약 구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보기에 다니는 사람은 많잖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 빈 손이에요. 손에 한 가득 보따리 들고 다니며 물건을 사야 되는데, 다 눈으로만 봐요.”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홍의영(62, 여)씨는 사람만 많지 실속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대문시장은 설 연휴 시작을 한 주 앞둔 주말을 맞아 구경 나온 사람으로 꽤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한 맛집에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줄 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길 가운데를 차지한 먹거리 노점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겉보기엔 설 대목을 맞아 활기찬 시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시장 상인의 속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화장품 판매업을 하는 홍씨는 “쓸 줄 아는 사람은 다 백화점으로 가는 것 같다. 여기는 눈으로 구경만 하고 사질 않는다”며 “새벽시장에 와보시라. 밤낮으로 일하는데 진짜 장사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샌다. 아침에 나오면 그 다음날 밤늦게 들어간다. 하루에 수백명을 만나는데,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건 극소수”라면서 “요즘엔 거의 의무감으로 시장을 도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홍씨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관광버스가 예전엔 45명 꽉꽉 채워 왔는데, 이젠 절반 채우기도 힘들다. 버스기사는 기름 값도 안 나온다고 한다”며 “동대문 평화시장 3층은 또 문 닫은 가게가 생겼다. 이젠 문 닫은 곳이 훤히 보인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홍경자(75, 여)씨는 얼마 전에 “장사하던 60대가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며 “밤새 일을 해도 장사가 안 되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43년째 옷가게를 운영하는 홍씨는 “왔다 갔다 하며 옷 만지작거리고 가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사는 사람이 없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백화점은 다 정찰제 아닌가. 여기는 덤으로 주는 것도 있고, 발품 팔면 더 싸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며 “재래시장을 살려야 서민들이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기자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재래시장의 정을 뽐내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6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손님에게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씩 옷과 신발을 사기 위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는 이희수(70대, 여, 마포구)씨는 “가끔씩 오는 거지만 그래도 손님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며 “예전엔 주말이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요샌 내국인보단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발품을 팔며 물건을 사는 일이 줄어드는 반면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성장하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설 선물세트 판매 기간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52.3% 신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설 선물을 예약 기간에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배송으로 받아 보는 구매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작년 12월 1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68% 올랐다고 밝혔다. 미리 제사를 지낸 뒤 명절 연휴 동안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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