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천지일보 2019.1.13

文대통령 “미세먼지 재난수준 대처” 주문… 정부대책 미미

WHO “미세먼지, 사망률 높여…폐암률·뇌혈관질환률 상승”

중국에서 편서풍 타고 이동… 中 “미세먼지 책임은 한국에”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미세먼지, 재난처럼 대처해 달라. 정부가 손 놨다는 지적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해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면서 한 말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경유차 감축과 친환경차 확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 확대 등의 국내 대책과 중국과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라는 외교적 대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 기상예보가 뜨면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중국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면 하늘이 뿌옇게 되는 현상을 보면서 ‘중국에 원인이 있는데 외교적 노력은 기울이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국인들은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을 매일 매일 소망하고 있다.

회사원 이지예(37, 여)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목도 칼칼하고 아프고 힘들다”며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매년 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데, 이 중 200만명이 아시아 지역에서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입자가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하며, 뇌혈관질환 사망률도 10%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국내외 대책 효과는 미미해

정부는 미세먼지 국내 대책으로 석탄발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9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 비중을 전보다 더 낮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석탄 발전 비중은 줄었지만, 서울과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오히려 늘었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 비중은 43.1%→42.3%로 줄었다. 이 중 지난해 9∼11월 석탄 발전량은 2만 181Gwh(기가와트시)에서 1만 8345Gwh로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10→28㎍/㎥로, 전국 단위에서는 12→30㎍/㎥로 크게 상승했다. 미세먼지가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지난 13~15일 중국으로부터 바람이 불면서 하늘이 뿌옇게 변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졌다. 이날 외교부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국과 미세먼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상호 협력을 통한 공동연구와 대응이라는 기조 아래 양자·다자 측면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양국이 한·중 정상회의와 각종 고위급회담 등을 계기로 미세먼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3~24일에는 한국과 중국 외교·환경 당국이 서울에서 만나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열고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中, 한국보도 입맛대로 인용해 “한국탓”

하지만 중국은 한국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류빙장 생태환경부 대기국 국장은 지난 21일 “한국이 중국 탓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미세먼지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중국 탓을 하지 말고 한국의 책임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달 중국 환경 생태부는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면서 “중국 공기 질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0% 이상 개선됐는데,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경 생태부는 “한국 보도에서도 미세먼지의 요인이 한국에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인용했다는 한국 보도는 KBS 등의 보도로 보인다. 그 내용은 지난 2016년 한국과 NASA 공동연구팀이 비행기를 타고 서해안의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국내 영향은 52%, 중국 영향은 34%”라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를 한 KBS는 지난해 ‘미세먼지 중국발vs국내발…공통분모는 줄이기’ 제목의 글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 요인에 대해 중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고 보도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SBS는 ‘입맛대로 골라 분석한 中…미세먼지 요인 살펴보니’ 보도에서 “중국에 빌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중국이 연구결과를 입맛대로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SBS는 “한국과 NASA 공동연구팀이 측정한 결과에는 중국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날까지 포함됐다”며 “미세먼지가 치솟은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기간에는 중국 영향이 70%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미세먼지의 비율 중 중국의 비율이 10%든 50%든 중국으로부터 먼지가 넘어온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中, 베이징 외 대기오염 규제기준 약해

중국은 환경오염 방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베이징 중심으로 이뤄진 정책으로 한국과 가까운 중국지역은 베이징보다 대기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 대기질 개선 국제포럼’에서 리우지안 중국 베이징 차량배출관리센터 연구원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분석한 결과 경유차의 배기가스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체 차량 중 경유차는 4%에 불과하지만 경유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이징 시에 다니는 차량이 590만대가 넘었고 북경을 경유하는 외지차도 수천만대가 된다”며 “이 차량들의 배출가스 기준이 베이징 시와 달라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은 베이징만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중국 내 다른 지역은 기준이 약하다는 말이다. 이에 중국의 동부지역에서는 편서풍을 타고 베이징보다 심한 대기오염물질이 날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익명의 한 수입차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달라서 같은 차종이라도 한국과 중국에 팔리는 차량의 부속품 자체가 다르다”며 “중국은 베이징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한국보다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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