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6~19일 서울 국방연구원에서 2019년 이후분 방위비분담금 협상 제8차 회의를 갖고 악수하고 있다. (출처: 외교부)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6~19일 서울 국방연구원에서 2019년 이후분 방위비분담금 협상 제8차 회의를 갖고 악수하고 있다. (출처: 외교부)

‘총액·유효기간’ 놓고 결론 못내… 美, 10억불·유효기간1년 제시한 듯

韓 “1조원, 국민 납득 못해”… ‘강경화-폼페이오’ 급 이상 협상단계 높여

전문가 “금액 늘려도 기간 5년 고수해야…매년 시달리면 동맹관계도 위험”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과 미국 간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전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측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분담금의 ‘총액’과 ‘유효기간’을 두고 협상을 벌이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액을 올려주더라도 기존 유효기간 5년은 지켜내야 향후 협상이나 한·미 동맹 관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트럼프, 12억불 요구했나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열린 10차 협의에서 총액 10억 달러(1조1305억원)를 협상 마지노선으로 최종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최상부 지침’이라며 12억 달러(1조 3566억원)에서 물러선 수치라고 주장했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최상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25일 청와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2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액수를 말한 적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하자는 취지로 간단하게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12억 달러가 어떻든 현재 총액 10억 달러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측은 1조원이 넘지 않는 9999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조원을 넘기는 것은 국민 여론상 수용되지 못해 국회 비준도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 측이 제시한 10억 달러 즉 1조 1305억원은 지난해 한국의 분담금인 9602억원보다 17%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1.4%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측이 제시한 금액인 9999억원은 지난해 분담금 총액보다 4.1% 상승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협정의 연간 상승률을 해마다 7%로 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현재 협정이 연간 상승률을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서 4%를 넘지 못하게 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기간 ‘5년→1년’…협상 마치고 또 협상

분담금 총액도 총액이지만 유효기간을 놓고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차 협상 회의에서 미국 측은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분담금 협상을 하고 내년에 바로 또 협상을 하자는 말이다. 우리 측은 유효기간이 1년이 되면 올해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을 받기 전부터 곧바로 내년 협상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3년 또는 5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비 분담금’은 원래 취지는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한반도 내 미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전개 시 비용을 일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미 전략자산의 전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견제를 위한 전략상 이뤄지는 측면도 있는 만큼 합당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미는 구체적인 사업을 두고 논의하는 대신 ‘총액’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올해 분담금 협상 체결이 지연되면 올해 4월 중순부터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 현재 전국의 주한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1만 2000여명이다. 지난해 분담금 9602억원 중 약 38%인 3710억원이 인건비로 지출됐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단계는 실무 협상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이상으로 급을 높여서 이어가고 있다.

◆“기존 5년 유효기간 고수해야 유리”

전문가는 기간을 축소하기보다는 금액을 올리더라도 기존 5년을 고수하는 게 우리에게는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매년 방위비 분담금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이는 자칫하면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4% 증액은 미국이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12억 달러까지 올려주더라도 기존 유효기간 5년을 유지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매년 협상하는 방식으로 시달리면 방위비 분담금은 2배까지도 올라갈 수도 있고, 한·미 동맹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은 내년에 일본, 독일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한국과 협상 선례를 남기려고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미 연합 기동훈련 자료사진 (출처: 국방부)
한미 연합 기동훈련 자료사진 (출처: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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