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이른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행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무엇인지 묻게 된다. 처음엔 100% 인상하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10억 달러(1조 1300억)를 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국은 ‘안보에 무임승차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조금밖에 안 낸다면서 한 말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의도는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에게 떠맡기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때 ‘방위비 분담금’ 전액을 해당국에 물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들의 군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게 상식이다. 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몫을 한국 국민에게 덤터기 씌우는가?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양국 사이에 방위를 분담한다는 걸 합의한 적도 없고 방위를 분담한다는 법적 근거도 없다. 미국이 외국에서 미군을 광범위하게 운용하는 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 피주둔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한미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평시에도 전쟁 때도 그들의 의도에 따라 주한미군을 운용한다. 한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방위 분담 계획을 짜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 합의할 때만 미군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전쟁이 나면 미군이 작전권을 행사하게 돼 한국군은 종속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자신들의 군대 주둔 비용을 나누어 내자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언제나 미국은 한국을 위해 주둔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에 주둔한다. 한국이 필요할 때와 미국이 필요할 때가 일치할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지 않을 때는 한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주둔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이 미군 주둔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자신들의 뜻과 안 맞으면 미군 주둔을 밀어붙일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둔하면서 한국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한다. 왜 그러는 걸까. 그렇게 말해야 한국에 주둔하는 명분이 서고 한국에게 주둔비를 가능하면 많이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 외국군이 주둔한다는 것은 자연에 부합하지 않는다. 스스로 방위하고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자연에 부합한다. 자신의 안위를 타자에게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선 안일한 마음이 들어 자신을 지키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쌍방이 사실상 주종관계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을 을로 보고 행동하고 있다. 단순한 을이 아니다. 트럼프 말에서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트럼프는 5.24 조치 해제에 대해 질문을 받고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그리고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종속적인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외교가 한몫 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게 건넸다. 이 돈은 미국 스스로 마련했어야 할 돈이다. 자신의 세계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국민에게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덤터기를 씌웠다. 주한미군은 토지와 건물, 군 기지를 비롯한 많은 자원을 무상으로 쓰고 있다. 모두 돈을 내고 써야 마땅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주외교를 해야 한다. 굴종외교를 탈피하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촛불항쟁으로 태어난 정부인데 왜 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남북 화해가 진척되고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국방비를 크게 증액하고 주한미군에게 막대한 세금 퍼주기를 지속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양극화 시대에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 주한미군에게 퍼주는 1조원을 민생 살리는 데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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