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 종사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카풀 영업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 종사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카풀 영업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2

카카오, 카풀 서비스 공식 중단

본질적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택시 수송률, 8년 동안 하락세

시민 “택시 업계부터 ‘변화’해야”

카풀 중단에도 승차 공유 성장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카카오가 공식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택시업계가 여당 측에서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참여 조건으로 카풀 서비스 철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 카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카풀 업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한 상태다.

택시 업계의 바람대로 카풀 도입이 중단됐다. 과연 카풀 도입이 중단 됐다고 해서, 택시 업계의 어려움은 해결될 수 있을까?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카카오 카풀 앱 서비스’ 시행을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파업에 나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단체는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연다. ⓒ천지일보 2018.1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카카오 카풀 앱 서비스’ 시행을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파업에 나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단체는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연다. ⓒ천지일보 2018.12.20

◆ 택시, 수송분담률 8년 새 반토막

택시업계는 카풀 도입이 택시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택시업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존권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택시 수송분담률은 지난 2009년 4.3%에서 2016년 2.9%까지 떨어졌다. 수송분담률은 버스, 철도, 택시 등 육상 교통수단들의 수송실적 비중을 뜻한다. 국민이 얼마나 해당 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다. 버스, 기차 등 공식 대중교통과 달리 택시의 수송분담률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서비스가 확대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택시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 문제는 ‘카카오’가 아닌 ‘사납금’

일부에서는 생존권을 이유로 ‘카카오’를 겨냥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애초에 잘못 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택시업계 어려움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10여시간을 넘게 일해도 5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 ‘사납금’을 걷어 가는 법인택시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실제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를 저임금 장시간 근로로 몰아넣는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법인택시의 경우 하루 평균 13만 50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 이보다 덜 벌면 손해다보니 5시간 근무만 인정한다는 회사와의 계약을 지킬 수가 없다.

카카오카풀 시행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임모씨의 분향소가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카카오카풀 시행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임모씨의 분향소가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토교통연구원이 지난해 817명의 택시기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법인택시기사는 하루 평균 11.1시간을 일하고 월평균 25.6일을 근무했다. 사실상 주 6일을 근무하는데도 벌이는 월평균 1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열악한 현실은 지난 9일 분신, 사망한 택시 기사 임모(60, 남)씨의 음성이 담긴 유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택시기사하기 너무 힘들다’ 임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택시기사를 하기 힘든 건 다른 택시 기사도 마찬가지다. 2005년도부터 택시기사를 시작했다는 박준모(가명, 50대 후반, 남)씨도 “연말부터 경기가 안 좋아 골치가 아프다”며 “하루 14만원정도의 사납금을 내야 하는데 할당액을 채우는 것이 많이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 시민들 “승차거부 등 서비스 개선이 우선”

카카오 카풀 갈등으로 택시 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도 택시 업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택시업계는 지난해 12월 전국 택시를 대상으로 한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당시에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다수 시민은 승차거부나 승객 골라 태우기 등 기존 택시 서비스의 태도가 자업자득의 결과를 불러왔다고 바라보고 있다.

신촌에서 만난 임원균(25, 남, 서울 서대문구)씨는 “야근 후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는데 승차거부만 5번 넘게 당했다”며 “의무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들 이윤만 찾는 것 같아 택시 기사들의 주장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 모습. ⓒ천지일보 2018.11.1
서울역 택시승강장 모습. ⓒ천지일보 2018.11.1

카풀 도입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 용산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돈 벌려면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는 결국 소비자가 외면하면 망하는 것, 택시업계가 이를 깨달아야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시동꺼진 카풀… 새롭게 등장한 ‘타다’ ‘풀러스’

과연 카풀을 중단시킨다고 카풀 전쟁이 끝이 날까? 카풀의 중단으로 ‘타다’와 ‘풀러스’ 등 승차 공유 서비스가 급 부상하면서 카풀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쏘카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는 올해 1월 15일 기준 이용자수가 25만명을 돌파했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캡처)
(출처: 타다 홈페이지 캡처)

‘타다’는 차량호출 서비스지만 택시와는 다르다.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아니라 11인승 렌터카를 호출한다. 이용자들이 렌터카를 빌리면 ‘타다’와 운전용역 계약을 맺은 기사가 함께 온다.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운전자 알선 파견이 가능하다는 현행법 예외조항 때문에 카풀 논란에서 자유롭다.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인 ‘풀러스’도 최근 이용자와 운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카풀과 관련한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중단과 함께 ‘풀러스’를 찾는 글들이 급증했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카풀을 중단하면서 운전자들이 ‘풀러스’로 갈아타기 위해 가입 신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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