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2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19.1.23

직접 관여 확인 ‘물증’ 큰 역할

‘大’자 적힌 이규진 수첩 결정타

法 “증거인멸 우려 있다” 판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알려진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처음이자,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로 구속됨에 따라 그 사유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물증’을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심사가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에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40여개에 이르며 구속영장 분량만 A4용지 260페이지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했다고 봤다.

‘구속영장 발부’라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법원도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검찰의 확실한 ‘물증’ 제시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상관의 지시를 꼼꼼하게 기록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단은 해당 수첩이 조작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곳곳에 대법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을 의미하는 ‘大(대)’자 표시가 따로 돼 있을 정도로 세밀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독대하고 대화를 나눈 ‘김앤장 문건’은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한 ‘사법농단’ 물증으로 제시됐다. 판사 불이익 조치와 관련해선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한 인사 문건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4無’ 주장이 이번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변론에 나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 차례 소환조사에 성실히 협조했고,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 우려 또한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 등 ‘4無’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거인멸’은 ‘도주우려’와 함께 중요한 구속사유 중 하나에 해당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한 점 등은 오히려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