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소화아동병원 내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홍역 등 필수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3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소화아동병원 내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홍역 등 필수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1.23

동남아서 2017년 이후 증가세… 동남아 여행 급증 탓

예방접종 마친 20~30대 발병… “뇌염 등 합병증 위험”

[천지일보=이혜림·홍수영 기자] 2006년 퇴치 선언 이후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취를 감췄던 홍역 환자가 급증하면서 보건당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3일 경기 안산과 부천, 서울에서 홍역 환자 4명이 추가로 발생,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홍역 첫 환자가 나온 이후 홍역 확진자는 모두 35명이 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집단 발생 29명(2건), 개별사례 6명 등으로 확인됐다.

홍역 확진자가 잇따라 늘고 있어 전국적인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적 확산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홍역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후진국 병으로 알려진 홍역이 한국에서 확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한림대학교 부교수는 “현재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유럽은 백신 접종률이 85%로 낮고, 대부분 지역에서 홍역이 지속하고 있다”며 “동남아에서도 17년 이후 홍역 환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을 면역 없는 상태로 방문한 여행객들이 홍역에 걸린 후 국내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환자 절반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영유아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의 경우 표준 접종 일정에 따라 생후 1215개월에 1차, 만 4~6세에 2차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염준섭(의과대학 감염내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WHO인증 받은 퇴치국가지만 외국에서 유입되니 산발적으로 사례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 간의 체액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 홍역은 워낙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라고 밝혔다.

급성 발열성 발진성 질환인 홍역은 RNA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감수성 있는 접촉자의 90% 이상이 발병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10~12일의 잠복기에 전염력이 생기면서 증상이 시작된다.

이재갑 부교수는 “발병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과 콧물이 난다”며 “2~3일이 지나면 발진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홍역 가능성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치료제는 없으나 상황에 맞게 치료하면 회복된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문제가 된다. 염준섭 교수는 “홍역 자체보다 이로 인한 중증 합병증이 문제다. 홍역 발생 후 폐렴, 뇌염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일반적 성인인 경우 합병증이 생기지 않고 자연적으로 낫지만 산모, 영양 결핍자,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특이한 점은 예방접종을 마친 20~30대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다. 환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는 환자를 직접 접촉한 의료진이 많이 감염됐다. 이 교수는 “홍역 퇴치 국가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다. 백신 면역은 직접 감염된 뒤 치료된 것보단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며 “예방접종에 의한 면역만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 됐다. 면역력이 떨어지다 보니 바이러스 강하게 노출되면 그걸 뚫고 감염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예방접종의 효력이 크지 않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염 교수는 “예전의 접종된 90%가 다 충분한 보호 항체가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백신 자체의 효력은 좋다”며 “한번 홍역을 앓았던 사람은 몸 안에 면역항체가 생겨 다시 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백신 접종이다. 1회 접종만으로도 93%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라 2회 접종하고 있다.

만약 감염이 의심된다면 기침이 주위로 퍼지지 못하도록 마스크를 쓰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도 의료진에게 먼저 증상과 감염 이력을 알려줘야 음압격리실이나 외부에서 진료해 다른 환자로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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