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JTBC 금토드라마 ‘SKY(스카이)캐슬’은 한국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무한 욕망, 자녀를 통한 스스로의 자존심 세우기, 맹목적인 내리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드라마다. 극 속에서 한서진(염정아 분)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니”에 대한 친구의 물음에 “그래야, 내 딸들도 최소한 나만큼은 살 수 있을 거니까”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들이 명문대에 입학한다, 못한다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부모의 자존심이자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또한 강남 엄마들뿐만 아니라 강북, 수도권 엄마들 사이에서도 서로 질세라 매달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명문대 열차’에 탑승하려 한다. 스카이캐슬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숙명여고 문제지 유출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자녀 사랑에 대해 도가 지나친 한국 엄마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스카이캐슬이 지상파 드라마도 위협하며 시청률 22%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토록 엄마들은 모이기만 하면, 스카이캐슬을 화두로 던질까. 많은 엄마들이 무한경쟁, 상대방을 이겨야 살 수 있는, 숨이 턱턱 막히는 한국의 입시교육 현실에 대해 공감해서다.

필자가 알고 있는 40대 수학과외 선생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초등생들 수학 그룹레슨을 하고 있으며, 학원 시험에 패스해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말에도 별도로 압구정까지 날아와 레슨에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입소문을 통해 코디네이터를 알아보고 멘토를 구하며 엄마들이 팀을 짜서 선생을 컨택하고, 초등생들이 마치 고3처럼 이미 ‘입시지옥’ 문에 들어가 ‘명문대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미 긴 줄을 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초등생들에게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 회상은 무의미하다. 어린 시절 기억이라곤 공부, 학원, 엄마 잔소리만 뇌 속에 가득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지난 수십년 전이나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개천에서 용 날 수 있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명문대에 진학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한국인들에게 뼛속 깊이 세뇌된 주입식 문구는 결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가 혁신을 주도하고 학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전국 상위 10% 학생들과 나머지 90% 학생들이 국가가 만든 틀에 박힌 제도 안에서 줄서서 대학가는 시스템은 계속된다.

다만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영향으로 학교 선생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학교 위에 학원, 사교육이 미화되고 군림하는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스카이캐슬이 대한민국의 입시지옥 현실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교육의 병폐를 꼬집고 탐욕으로 얼룩진 우리의 그릇된 교육관에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릴 만한 교훈드라마로 완성되기를 바란다. 변화가 없는 한, 한국 입시시스템은 지속적인 사회적 괴물들을 생산할 것이다. 처절하게 이기기 위해 몸부림치고 남을 시기하고 결과물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삐뚤어진 탐욕을 멈추지 못할지 모른다.

전 숙명여고 3학년 부장같이 방법이 잘못됐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그릇된 착각과 욕망이 사회에 만연해서는 안된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도 선진국 독일, 일본, 호주처럼 공부할 친구들은 공부로, 기술로 갈 친구들은 기술로 중학교 졸업 후 확연히 구분해야 한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 아니라, 전문학교, 기술 전문대학 확대를 통해 이론보다 기술 중심으로 대학간판 서열화가 아닌 기술 서열화로 제도적 개편을 진행해야 하며, 기술로 성공한 바람직한 롤모델들이 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한국 엄마들은 일그러진 욕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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