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어린이병원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어린이병원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단체톡에 하루 100개 이상 글 올라와”

대구, 추가확진자 없어도 여전히 ‘걱정’

서울, 비교적 안심하는 분위기 보여

[천지일보=이혜림·김정자·송해인 기자] 사라진 병이라고 생각했던 홍역 환자가 경기도 안산, 대구 경북 지역에 이어 서울에서도 발생해 위생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현재 안산에서 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해 전국 홍역 확진자는 모두 31명으로 늘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미접종 영아가 추가로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안산시에서 발생한 영아 5명, 성인 4명 등 9명과 같은 시설에 있는 영아 1명이 추가로 홍역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도 집단 유행 사례는 종전 10명에서 11명(시흥시 1명, 안산시 1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확진자 31명 중 9명(영유아 5명, 20대 성인 4명)이 안산에서 나온 만큼 해당 지역의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살 아들과 12살 딸을 둔 윤수남(43, 여,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씨는 “아직 주위에는 없지만 초지동 쪽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들었다”며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한 상태라 크게 걱정되진 않지만 불안한 마음에 컨디션을 조절하고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집 학부모 단체채팅방이나 맘카페 등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었다. 삼남매를 둔 이주연(가명, 38, 여,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씨는 “자녀가 셋이다 보니 전염되면 모든 아이에게 전염될까 봐 염려된다”며 “학부모들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어린이집 학부모 단체카톡방에서 서로 대처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어제 하루 동안에만 100개 이상의 글이 올라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가 어린 경우 더 불안한 것 같다”며 “가속접종해야 한다는 정보를 들어서 병원에 가서 접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속접종은 불가피하게 표준접종 일정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서 신속하게 면역을 획득해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홍역에 걸리면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얼굴에서 시작해서 온몸에 발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공포에 떨었던 당시처럼 겁먹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

삼남매를 둔 이주연(38, 여,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씨의 어린이집 학부모 단체카톡방이다. 학부모들이 홍역 유행으로 인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삼남매를 둔 이주연(38, 여,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씨의 어린이집 학부모 단체카톡방이다. 학부모들이 홍역 유행으로 인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고대안산병원 관계자는 “환자 수가 많이 늘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처럼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열만 있어도 홍역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대구는 사흘째 홍역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백승애(43, 여, 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주변에 홍역 걸린 사람은 없지만 ‘누가 걸렸다’는 소리는 들었다”며 “5살 아이가 있는데 예방접종을 안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외출 시 항상 마스크를 꼭 하고 가능하면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시보건소 감염병예방과 조영애(55, 여) 담당자는 “원래 6~12개월 영유아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데 경산이 홍역 유행지역이라 1차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며 “2차는 12~15개월, 3차로 만 4~5세가 예방접종하러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보건소를 찾는다. 빨리 유행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2일 현재 16명(경북 2명 포함)의 홍역 환자 중 15명이 퇴원했고 1명은 입원 치료 중이다. 홍역 환자는 영유아가 8명, 20~30대 성인이 8명이다.

홍역 확진자가 1명인 서울은 비교적 안심하는 분위기다. 기자가 들른 서울 종로구 3곳의 소아과는 모두 한산했으며, 홍역에 걸린 환자도 없었다. 임수인(40, 여, 서울 종로구)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7살,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들이 있어서 위생에 신경 쓰고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동준(가명, 48, 남, 서울시 중구)씨는 “8살 아들이 방학 중이라 6개월 된 신생아가 집에 있어도 괜찮았다”면서도 “아이가 다음 주면 개학을 한다. 홍역이 바이러스성으로 전염되는 병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염려되긴 한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홍역 감염 시 생기는 구강 내 점막 반점(위)과 피부에 나타난 반점(아래). (제공: 강화군보건소) ⓒ천지일보 2019.1.16
홍역 감염 시 생기는 구강 내 점막 반점(위)과 피부에 나타난 반점(아래). (제공: 강화군보건소) ⓒ천지일보 2019.1.16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홍역 대처 가이드라인 발표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감염병위원회는 갑작스러운 홍역 유행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현재 국내 유행하고 있는 홍역에 대한 Q&A’를 정리해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홍역이 의심되는 환자와 접촉하거나 유행지를 다녀온 후 1~3주 이내에 발진과 동시에 38도 이상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을 보이면 홍역을 의심해봐야 한다. 홍역이 의심되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국번없이 1339)에 연락해 지시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

홍역 예방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MMR)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홍역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경우 성인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성인이 홍역에 걸리면 아이들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합병증이 더 생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 전인 아이는 홍역에 대한 항체가 없어 옮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홍역 환자와 접촉하거나 유행지 여행을 가야 하는 경우 이른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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