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출처: 연합뉴스) 2019.1.16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출처: 연합뉴스) 2019.1.16

스웨덴 외무장관 “3자 실무협상 긍정적” 평가

文대통령, 북미 추가협상에 韓 조정 역할 기대

‘완전한 비핵화’에서 ‘동결’ 수준 변화 있는 듯

강경화 “꼭 순서대로 안 해도”… 北입장 반영

미·일 언론 “미사일·우라늄 시설 또 있어” 지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웨덴에서 열린 남·북·미 실무협의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미국에선 북한의 비밀 기지가 발견됐다며 회의론이 일고 있다. 일본 언론도 북한이 핵무기 원료가 되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10여곳에 분산하고 있다며, 대북협상에 대한 부정적 기조가 보도에 반영됐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부 장관은 지난 19~21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인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됐다고 21일 밝혔다. 그는 “신뢰구축, 경제개발, 장기적 포용 정책 등 한반도 상황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로 건설적인(constructive) 회담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북미 양측은 이번 국제회의를 계기로 열린 실무회담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에 대한 발표도 없었다. 이는 앞으로 추가협상이 진행될 것을 예고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2박 3일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실무협의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해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참여하는 남·북·미 3자 협의로 진행됐다. 회의 내내 남·북·미 간 신경전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알려졌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에서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비롯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추진 방안과 한미 공조 방안 등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8.9.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에서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를 비롯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추진 방안과 한미 공조 방안 등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8.9.11

특히 이번 실무협의에 한국이 참여한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도 한국이 참여한 협상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거드는 형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북미 협상에서 우리가 구경꾼이 될 수 없다”며 북미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시사했다.

실무협상에서 긍정적인 반응인 나온 이유는 협상의 핵심인 비핵화 과정이 북한을 배려한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핵화 과정에 필요한 조치는 많지만 꼭 순서대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가 긴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이 주장했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서 ‘핵·미사일 동결’ 수준으로 양보한 발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과 핵 담판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는 체제 보장을 위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어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즉흥적으로 양보하고 제재완화를 풀어줄 것이라는 의구심이 미 싱크탱크와 현지 언론에서 나왔다.

◆北核·미사일 경계 보도 이어져

북한 신오리의 미사일 운용 기지를 촬영한 지난해 12월 27일의 위성사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1일 공개한 새 보고서에서 최대 20곳의 북한의 비밀 미사일 운용 기지 중 한 곳인 신오리 기지의 모습이 드러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북한 신오리의 미사일 운용 기지를 촬영한 지난해 12월 27일의 위성사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1일 공개한 새 보고서에서 최대 20곳의 북한의 비밀 미사일 운용 기지 중 한 곳인 신오리 기지의 모습이 드러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 전문포털에서는 북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고, NBC방송이 이를 다뤘다. 서울로부터 북서쪽 270㎞ 떨어진 평안북도 운전군에 위치한 신오리 미사일 운용기지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 벨트지대에 자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CSIS는 “북한은 신오리 미사일 기지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고, 미국과 북한 간 비핵과 협상의 주제로도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증·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기지는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언급된 새롭게 드러난 곳은 아니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허비하지 말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와 북한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금지 조처를 맞바꾸는 수준을 고려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22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익명의 전직 청와대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여러 시설에 분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대 10개소 안팎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평양 근교 지하에 집중됐던 것으로 본다”고 우려 섞인 보도를 하며 북미협상 회의론에 힘을 더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미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만난 다음 날인 19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 일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보도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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