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용 변호사 (제공: YK법률사무소)
장준용 변호사 (제공: YK법률사무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부부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데려다가 친자식처럼 길렀다는 스토리는 안방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곧잘 입양된 자녀와 양부모의 갈등으로 인한 상속 관계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이와 관련된 법원의 입장이 나왔는데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사실혼 관계의 갑과 을은 아이가 생기지 않자, 부모를 알 수 없는 아이(병)를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웠다. 갑과 을은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을에게 법률상의 처가 따로 있었던 관계로 아이를 을의 호적에 갑과의 혼외자로 입적시키고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을은 병이 커감에 따라 본인을 폭행하는 등 병과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빠지자, 을은 병과의 양친자 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갑은 사망상태).

과연 을은 본인과 병 사이의 양친자 관계뿐 아니라 갑과 병 사이의 양친자 관계까지 소송으로 해소시킬 수 있을까. 답은 ‘가능하다’이다.

YK법률사무소 장준용 변호사에 따르면 입양은 기본적으로 입양 당사자 개인 간의 법률행위이다. 즉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을 하더라도(우리 민법상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자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입양해야 한다) 그 법률관계는 입양될 자녀와 양모, 그리고 입양될 자녀와 양부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이 사건 1심 법원은 을과 병에 대해 “우리 민법은 부부공동입양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률상 부부가 아닌 사람들이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을과 병의 양친자 관계를 부정했다. 또한 갑과 병에 대하여는 “갑은 을과 공동으로 양부모가 될 의사로 병을 혼인 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한 것이어서 갑의 ‘단독’ 입양으로서의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갑과 병의 양친자 관계도 부정했다.

다만 갑과 병의 양친자 관계에 대한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갑과 병 사이에는 개별적인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이 갖춰져 있다. 갑이 을과 공동으로 양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단독으로도 양모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갑과 병 간의 양친자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 갑과 병의 양친자 관계에 관해 1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요인은 결국 갑이 단독으로라도 병의 양모가 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관점의 차이인 것이다.

YK법률사무소 장준용 변호사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파양 등의 가족관계에 대한 소송사건은 가족관계의 단절이나 상속관계 분쟁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교한 법리구성과 적확한 증거의 수집뿐만이 아니라 감정적 케어 또한 필수적이다. 분쟁에 앞서 반드시 의뢰인의 입장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변호사와 논의해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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