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난 주말에 메가톤 국내외 뉴스가 한 가지씩 터져 나왔다. 외신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예방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90분 회동했다는 소식에 이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라는 뉴스다. 또 하나는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정치권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65·서울 마포을) 의원의 건물매입 건이다.

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에 배우자가 운영할 나전칠기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이 일대 건물 여러 채를 사들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전부터 자신의 친척과 지인들 300명에게 알리면서 “이 지역을 살리겠다. 좋아질 것이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있으면서 의정질문과 현지시찰 등을 목포시 특정지역에 대해 역사문화거리로 조성될 수 있게끔 하는 데 노력했다는 것인데, 일이 커지게 되자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정부예산 6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손 의원에게 “300여명에게 부동산 구입을 권했다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복덕방을 개업했어야 옳다”며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나서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아도 언론들이 나서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파헤쳤고, 급기야 자유한국당이 기회다 싶어 강력 비판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이 관련돼 지금까지 전개된 내용에 대해 “처음 손 의원의 주변 인물들이 목포에서 매입한 건물이 10채로 알려졌는데, 오늘 보도에 따르면 15채 이상, 토지까지 합해 20건 이상이 된다고 한다”며 “(손 의원이 사들인 해당 지역 일대가 문화재거리로 지정되면서) 투입되는 예산도 11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규모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고도 했던바, 그 말처럼 사실이 그렇다면 평범한 초선 의원의 영향력을 훨씬 초월하는 일이라는 정치권의 지적에 일리 있어 보인다.

일이 커지게 되자 KBS가 지난 18일, 뉴스 9 ‘손혜원 의원에게 묻는다’를 편성해 앵커가 손 의원에게 여러 가지 의혹을 질문하고 답변 듣는 진행을 했다. 국민들에게 의혹이 있는 내용에 대해 생방송으로 진행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필요하고 또 당연하다. 그렇지만 앵커와 손 의원 간 주고받는 내용을 들으면서 칼날 같은 질문에 이리저리 피해가는 손 의원의 변명(?)성 이야기가 그 사건 자체,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필자가 우려하면서 부수적인 문제, 즉 공영방송에서 국회의원인 공인이 방송에 나와 많은 국민이 보는 가운데 방송에서 발언을 자제하는 도량형 ‘평(坪)’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해 신경이 거슬렸다.

관련 뉴스 진행도중 앵커가 “팩트를 확인을 하죠. 목포에 손혜원 관련된 건물이 처음에는 9채 얘기 나왔다가 14채나 왔다가 지금 20채까지 나왔습니다. 정확히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손 의원은 “채로 하면 복잡하고요. 규모로 해서 저도 최근에 따져봤는데 규모만 전체하면 300평 남짓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박물관을 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500평 정도는 있어야지 박물관 부지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한 300평, 310평 정도인데 그중에서는 또 크로스포인트라는 회사에 50평이 있어서 지금 260평 정도인데, 전체적으로 평수를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앵커는 “평수는 그렇고, 건물로 따지면?” 하고 되물었고, 손 의원은 또 다시 “2평짜리도 있고 7평, 14평짜리도 있고” 계속 평수를 사용하며 말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공영방송에서 앵커와 국회의원이 ‘평수’로 말하는 것은 국가정책을 위반하고 있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우리 정부에서는 관례적으로 사용하던 도량형을 통일하기 위해 1961년 ‘계량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해오고 있고, 지난 2007년부터는 ‘평’ 대신에 ‘제곱미터(㎡)’ 단위를 사용토록 적극적인 홍보·계도를 펼쳐왔고, 2010년 이후에 신문광고에 평 등을 사용하게 되면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법정단위의 올바른 사용을 권고하기 위한 기준’에서도 정부·지자체 등의 행정문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등 언론 매체에서는 법정단위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손 의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영방송 대표 뉴스를 맡은 앵커조차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을 두고 “단순한 여당 초선 의원이 아니라 영부인과 고교 동창이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회에 함께 갔다”며 손 의원의 정치 입문 경위까지 의아해 하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집값 오른 정도가 아니라 초권력형 비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40년간 디자이너 경력의 초선 의원과 관련된 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말 결례, 선동렬 전 국가대표,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논란에 이어 또 이번에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번져나 말들이 많으니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하나 손 의원의 언행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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