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싱가포르 센토사섬 회담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스타그램) 2019.1.19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싱가포르 센토사섬 회담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스타그램) 2019.1.19

8개월 만의 재회 추진… 1차 회담보다 진전된 결과 중요

비핵화-상응조치 이견 해소될까… 치열한 실무회담 예상

방미 김영철, 김정은 친서 전달… 미, ‘로우키’ 담담한 반응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시간표가 ‘2월 말’로 18일(현지시간) 가닥이 잡혔다.

북미는 지난해 6월 12일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8개월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진전된 성과’를 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을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가진 북미 정상은 70년 적대관계 청산과 비핵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1차 북미회담을 토대로 2차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1차회담 이후 성과 내야 하는 2차회담

지난해 정상 간 협의에서 실무 협의 순의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실행과 미국의 대북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두고 북미 양측은 이견을 가졌다.

지난해 11월 8일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고위급회담이 북한의 연기 통보로 무산되면서 지금까지 답보상태를 유지해왔다. 다만 북미는 물밑 협상을 벌이며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방미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18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약 50분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약 90분의 면담이 이뤄지면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을 향한 시계가 빨라졌다. 이날 면담에서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은 2월 말 경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워싱턴 AP=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시기는 ‘2월 말’… 장소는 베트남일까?

그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는데 이날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2월 말’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소에 대해선 궁금증이 남았다.

역사적인 북미 2차 핵 담판이 이뤄질 장소로는 현재로서는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와 다낭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베트남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2월 경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에서 싱가포르보다 가까운 다낭을 지목했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로 북한대사관이 위치해 있고, 다낭은 유명관광지다. 또 베트남은 미국과 과거 적대 국가였으나 1995년 미국과 수교를 맺었고, 북한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적대관계 청산과 경제성장의 롤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유력 장소로 꼽히는 베트남은 북한과 비행거리가 가깝다는 점과 롤모델을 제시하는 곳이라는 두 가지가 고려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핵화-상응조치’ 놓고 치열한 실무협상

백악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2월 말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그간 답보상태였던 북미 대화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제는 2차 정상회담 세부조율을 놓고 실무선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후속 협상이 본격화했다.

19일(현지시간)에는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와 스웨덴에서 실무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양측은 아직까지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두고 담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는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인 북핵실무자인 이도훈 한반도교선본부장이 스웨덴을 방문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 간 여러 조합을 해보며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출처: 연합뉴스) 2019.1.16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출처: 연합뉴스) 2019.1.16

◆이벤트는 없어… ‘완전한 비핵화·대북제재 유지’ 강조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문에서는 미국의 이벤트는 없었다. 1차 방미 때인 지난해 6월 1일 김 부위원장의 1차 백악관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발표하며 떠들썩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 공개도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이처럼 중대발표 등 없이 이목을 끌지 않는 ‘로우키(Low-Key)’를 유지하는 미국의 태도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발표도 아직까지는 없다.

다만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회동 후 “북미 대화는 생산적이었고 대화를 계속할 것이며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우리는 계속 진전하고 있고, 계속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룰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의 미국 도착 몇 시간 전 ‘2019년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재외공관장 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여전히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향후 북미 2차 핵 담판의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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